구제역 백신 접종 '진땀'…농장주 외부인 출입 꺼려
구제역 백신 접종 '진땀'…농장주 외부인 출입 꺼려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7.02.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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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지역에서 사육 중인 젖소나 한·육우에 대한 구제역 긴급 백신 접종에 동원된 수의사나 공무원 등이 애를 먹고 있다.

구제역 감염을 우려한 일부 농장주들이 외부인 출입을 꺼리기 때문이다.

다행히 농장에 들어가지 못한 경우는 없지만,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오전 도내 지자체의 한 한·육우 사육농장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적막감이 감돌았다.

마을에서 100여m 떨어진 데다 구제역이 확산 조짐을 보이며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눈에 띄는 것은 농장 입구에 '가축전염병 방역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뿐이었다. 20여 분 후 이곳의 정적을 깬 건 차량의 엔진 소리였다.

농장 입구에 멈춰선 차량에선 하얀 방역복, 마스크, 덧신 등으로 중무장한 사람들이 내렸다. 구제역 백신 접종을 위해 투입된 공수의사와 공무원, 가축 방역관 등이다.

잠시 뒤 농장에서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 A씨가 황급히 달려 나왔다. 그는 이들의 접근을 막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에선 불안감이 살짝 묻어났다. A씨는 "여러 농가를 방문한 접종 요원이 들어오면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며 "우리 농장의 소는 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외지인 출입만 막으면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의사와 공무원은 추가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A씨를 설득했다. 이들은 한참 승강이를 벌인 뒤 A씨와 함께 농장으로 들어갔다.

이처럼 구제역 긴급 백신 접종에 수의사나 공무원 등이 대거 동원되면서 일부 농장에선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그동안 백신 접종은 농가에서 자체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진행 중인 백신 접종에는 공수의사와 공무원 등이 투입됐다.

축산 농가가 접종을 소홀히 했거나 방법에 허점이 있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처다.

12일 충북도에 따르면 공무원 459명과 공중방역수의사 44명, 기타 8명 등 총 511명이 긴급 백신 접종에 투입됐다.

접종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한다. 50마리 이하의 소를 키우는 농장은 수의사를 투입한다.

수의사가 농장주와 함께 구제역 의심 증세가 있는지 등을 살펴본 뒤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판단하면 백신 접종을 한다.

50마리 이상을 키우는 전업농가는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농장주의 백신 접종을 확인하고 있다.

도는 이날까지 도내 모든 소 사육 농장에 대한 접종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미 젖소 농가 338곳(2만2800마리)은 접종을 마친 상태다.

한·육우 농가의 백신 접종은 마무리 단계다. 대상은 6998곳 20만8000마리다. 백신 접종률은 지난 11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99.1% 진행했다.

도 관계자는 "일부 축산농민이 구제역 감염을 우려해 수의사의 방문을 거부하는 일이 있다"며 "철저한 소독 등을 거친 뒤 백신 접종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에서는 지난 5일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올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9일 이곳과 1.3㎞ 떨어진 탄부면 구암리 한우농장과 11일 보은군 마로면 한우농장이 잇따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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