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72>
함영덕의 실크로드 견문록 <7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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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산산맥의 지류 알라타우산

세찬바람과 수만겹 세월이 빚은 풍광

▲ 계곡에서 본 메데우 경기장이다. 천산의 기슭에 건설된 알마티 시민들의 휴식처이며 사계절 내내 주말이면 연인들과 가족단위의 방문객들이 꾸준히 줄을 잇고 있다. 메데우계곡에서 알라타우 산으로 향했다. 알마티에는 문화유적지나 뚜렷하게 내세울 특색 있는 관광지는 찾기가 어려웠다. 김 선생의 차를 타고 교외로 달렸다. 케이블카 설치한 규모 큰 스키장 천산산맥의 한줄기인 알라우산은 케이블카를 설치한 규모가 큰 스키장이다. 스키장 주변에는 근년들어 호화별장들이 많이 들어서고 있고 연말연시에는 방을 잡을 수 없을 정도라 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산정으로 향했다(600덴게). 분홍빛과 노랑꽃들이 산록에 지천으로 피어있다. 해발 2890m의 파우더스노우는 겨울에 스키 타기가 좋은 곳이다. 리프트를 타고 오르면서 보는 해발 3000m의 알라타우 산의 정상은 암벽 산과 풀숲과 나무가 어울려 신비감을 더해 주고 있다. 겨울에는 스키를 타고 스키시즌이 끝나면 곧바로 수영을 하는 여름 피서지가 된다 한다. 2번째 탑승지에 내려서 주변을 조망하였다(2890m). 이곳에서 2박 3일간 천산산맥을 뚫고 키르키스탄을 넘으면 이시크쿨 이라는 산정호수가 있다. 과거 중앙아시아의 심장 역할을 하던 곳이다. 키르기스 인들은 이 호수를 깊이 존경했고, 마치 성지처럼 호숫가를 순례하곤 했다. 소비에트연방 시절엔 크레믈린의 고위 지도자들도 호수의 따뜻한 모래에 휴식을 취했고,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딸과 키르기스탄 대통령의 결혼식이 열린 곳도 바로 이시스쿨 호수였다. 천의 샘이 흐르는 이시크쿨 호수는 자연 담수호로써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무척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다 한다. 가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비자문제와 시간부족으로 국경을 넘지 못함이 못내 아쉬웠다. 산 정상에서 바위가 쪼개져 갈라져 내리고 돌 조각과 흙이 쏟아져 흘러내리고 있다. 여기서부터 차른 캐년이라 부르는데 알마티에서 4시간 달리면 규모는 작지만 그랜드캐년의 분위기를 내는 매우 아름다운 계곡이 있다 한다. 유럽 사람들이 래프팅을 많이 하는 곳이다. 9월부터 사냥시즌이라 프랑스와 독일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천산산맥 어귀는 유명한 사냥터다. 늑대와 사슴, 곰, 꿩을 주로 사냥한다. 곰만 전문적으로 잡는 사냥꾼도 있다. 사냥은 허가제로 잡은 것은 반출시 신고하고 돈을 내고 나와야 한다. 이곳의 녹용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좀 비싼 편이다. 오후 5시에 알라타우 산에서 나와 알마티 시내로 들어갔다. 40일 간 목욕을 하지 못했다. 알마티는 사우나 문화가 매우 발달한 곳이다. 터키식과 필란드식, 러시아식이 있는데 고려 사람들이 많이 찾는 터키식으로 갔다. 중국 여행에서 목욕탕을 한 번도 이용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목욕탕을 볼 수가 없었다. 중국 어메이산 입구에서 처음으로 온천탕 간판을 본 것이 전부였다. 40일 만에 처음으로 대리석 바닥에 누워 잠시 땀을 흘렸다. 카자흐스탄은 사우나를 하면서 비즈니스하는 접대문화가 매우 발달하였다고 한다. 28인 전사가 묻힌 판필라 공원


피로를 풀고 28인의 전사가 묻혀있는 판필라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숲 속을 걸으면 웅장하고 아름다운 러시아 정교회 교회가 나타난다. 알마티 산사태 때 이곳만은 바위에 눌리지 않고 훼손되지 않았다 해서 화제가 되기도 한 교회건물이다. 러시아 혁명 전 짜르 대제 때 지어진 건물로 돔형식의 둥근 첨탑위에 십자가의 화려한 장식이 저녁노을에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건물 주변엔 화려한 자태로 장미꽃들이 피어 있다.

교회 뒤로 걸어가면 28인 전사의 기념조각이 있고 그 앞에는 땅에서 솟아나는 가스로 푸른 불꽃을 태우고 있다. 5월 9일 전승기념일에는 가슴에 훈장을 주렁주렁 단 노인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꽃과 젊은 용사들의 조각이 어울려 광장은 신성한 성역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결혼을 하면 신랑신부가 28인의 용사 앞에 와서 참배를 하! 고 꽃다발을 헌화한 후 시내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러시아 연방의 붕괴 전에는 소년 단원이 경비를 섰을 정도로 중요한 장소로 인식되었으나 지금은 폐지되었다. 공원에는 러시아 여인들이 많이 보인다. 중앙아시아는 인종이 서로 섞이는 용광로 같은 곳이라는 실감이 들기 시작했다. 젊은 여인들의 만남의 장소이자 노인들의 쉼터인 공원엔 수로를 따라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수십 미터 높이의 아름드리 도토리나무와 소나무 등 다양한 수목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어제밤 김 선생 집에서 한국음식을 대접받았다. 오랜만에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난밤은 꼬박 비자문제로 고민하였다. 투르크메니스탄이나 키르키스탄을 경유하여 카스피해와 흑해를 건너 러시아를 돌아서 이스탄불로 갈 여정을 짜 보았지만 이곳의 사정으로는 매우 힘들었다. 같은 러시아 연방지역은 현지에 와서 비자를 신청하면 어렵지 않으리라 여겨졌지만 생각과는 딴판이다. 카스피해를 건너 이스탄불로 향하려던 계획은 난관에 부딪치고 일단 우즈벡 공화국에 가서 다시 결정하기로 했다. 아침에 알마티 한국교육원을 방문했다. 한국정부에서 재외동포에게 지원하는 기금으로 운영하는 교육부 소속 교육기관이다. 한국에서 파견한 정 원장님과 카자흐스탄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교민들과 조선족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려인에게 한국어와 문화 알려

고려인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알리는 문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직원 31명 수강생 1400명을 교육시키고 있어 우즈벡 공화국에 이어 중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알마티 한국교육원을 나와 숙박등록을 하러 출발했다. 카자흐스탄은 초청기관의 레터(Letter)가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떠날 때 시간이 없어 급행으로 여권을 만드느라 기다리며 받아 가지고 올 시간이 없었다. 알마티에서는 외국 여행객들이 체류할 때 숙박등록을 할 수 있는 3곳의 호텔이 있는데 다른 곳에 자더라도 여기서 체류했다는 숙박등록증(Registration)이 있어야 한다. 카자흐스탄 호텔에 도착하여 돈을 주고 숙박등록증을 요청하니 초청기관의 레터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다시 여권을 낸 알라모 초청기관에 연락해서 그곳을 수소문하여 찾았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연방에서 탈퇴하여 자유주의 경제로 편입되었다고는 하나 옛 러시아 연방체제의 시스템을 거의 간직하고 있는 전형적인 관료주의 사회이다. 외국인들이 활동하기에는 많은 제약조건이 있는 곳이다. 숙박등록증이 없어서 공항에서 출국을 못하고 되돌아 온 미국인도 있었다는 김 선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중국에 비해 훨씬 더 경직된 사회라고 생각되었다. 이 시스템에서는 외국인 방문객이 지정된 호텔에 숙박하지 않을 경우는 불법이기 때문에 벌금과 함께 그에 상응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한다.

알마티 한국교육원 정 원장님도 어제 공항에 내린 우리나라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비행기도 늦게 도착한데다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공항출입구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직원이 못 들어가게 하여 주먹이 오가는 사고가 발생하고 집단서명으로 항의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직원이 잘못했더라도 이곳의 문화나 관습은 공무원들이나 관청을 잘 알아서 처리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11시 30분 경 알람(Alam)에 도착하여 15$의 수수료를 주고 레터(Letter)나 숙박등록증이 필요 없는 72시간 이내 출국할 수 있는 증명서를 발급 받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만든 여권 기간이 중국대륙을 경유하면서 일정이 늦추어졌고, 출국 때 발급 받은 한 달간의 기간이 현지와는 차질이 생겨 이곳을 빨리 떠나야 할 형편이 되었다.

알마티기차역에서 저녁 6시에 출발하는 친켄트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이곳에서는 기차표마저도 외국인의 경우 여권을 제시해야 끊을 수 있다. 옛 소련 연방 공산주의 체제의 잔재를 조금씩 체감하기 시작했다. 김 선생과 함께 카자흐스탄 근교의 농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친케트행 기차를 타기까지 5시간의 여유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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