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이 수돗물로 배를 채우다니… “말이 됩니까”
20대 청년이 수돗물로 배를 채우다니… “말이 됩니까”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1.31 2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연휴 장발장 된 실직 청년 안타까운 사연

대한민국 심각한 경제상황·청년실업 웅변

특단의 대책 마련·사회안전망 구축 시급

수돗물로 배를 채우다가 허기를 달래려고 막걸리를 훔친 실직 20대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대한민국의 심각한 경제상황과 청년실업을 웅변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경기불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실업에 대한 특단의 대책 마련과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새삼 제기되고 있다.

설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정모씨(26)가 부산 사하구의 한 마트에서 배고픔에 못 이겨 한 마트 입구 바깥쪽에 쌓여있던 막거리 상자에서 막걸리 1병을 훔치다 주인에게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최근 조선소에서 일하다 실직했고 이틀전부터 수돗물을 마시며 생활을 연명했다. 경찰은 정씨의 안타까운 사정을 전해 들은 마트 주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전달함에 따라 정씨를 훈방 조처했다. 경찰은 또 설 연휴기간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3만원 상당의 쌀, 라면, 생필품을 지원했다.

정씨의 사연이 알려지자 전국에서 따뜻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정씨(26)의 사연이 알려진 이후로 하루만에 13건이 넘는 성금 후원문의와 일자리 지원이 접수됐다.

청주에 있는 자동차 특장업체 하나로특장이 정씨에게 용접일을 제공하고 원룸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연락을 해왔고 경기도 여주에 있는 모 옹기업체도 기술을 전수하고 숙식을 제공해주겠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생필품과 성금을 지원해주고 싶다는 문의도 쏟아졌다.

광주에 있는 한 시민은 정씨에게 쌀을 보내주고 싶다며 경찰에 후원을 신청했고 부산을 비롯한 서울, 세종지역에서도 성금이 이어졌다.

온정의 손길이 답지되면서 따뜻한 인간애가 감동을 주긴 했지만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한 많은 분야에서의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제2, 제3의 정씨가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가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진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계속되면서 실업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도크 3개와 직영인력 1만4000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 2017년 액션플랜을 발표했다. 따라서 올해도 조선업계의 실업난이 심화될 전망이다.

조선업계 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실업난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충북의 경우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 134만1000명 가운데 전업주부, 학생, 연로자, 심신 장애인 등을 제외한 경제활동인구는 85만2000명으로 0.3% 증가했다. 실업자는 0.4%가량 증가했다. 이중 청년층 실업률은 6.6%로 청년실업이 높았다.

이웃돕기 성금도 경기침체를 반영하듯 사랑의 손길이 예전과 같지 않다.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희망 2017 나눔 캠페인이 간신히 목표를 채우기는 했지만 행사기간 내내 저조한 실적에 긴장해야 했다. 사랑의 연탄나눔 운동 등 이웃돕기 캠페인들도 모금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경기한파로 기부문화가 식었다.

청주의 한 주부는 “아들 같은 사람이 졸지에 굶는 것을 보고 청년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됐다”면서 “대학에 다니는 내 자식도 저런 상황에 처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으니 정말 큰일”이라고 말했다.

지역경제계 관계자는 “한계에 몰리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청년실업 대책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사회안전망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태희기자
antha@cctimes.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