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알아서 척척 … 그래도 사람사는 세상
로봇이 알아서 척척 … 그래도 사람사는 세상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7.01.25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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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도 스마트형 공장서 로봇이 24시간 주문량 생산

선물구입·장보기 직접 안가 … 하루도 안돼 드론이 배달

스마트카·금융 등 사물인터넷 일상화 … 편리성 극대화

세뱃돈 대신 가상화폐로 초등생끼리 해외여행 일반화

로봇에 뺏긴 일자리탓 취업 고민 등 명절스트레스 여전

 세상의 모든 사물들이 연결되는 초연결 세상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초연결사회는 수천 년 이어온 명절 분위기를 통째로 바꿀 수 있을까.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7년 설날, 지금 미리 다녀와 보자.
 #1. 2017년 1월 26일 날이 밝았다. 청주의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김 차장(38)은 설 연휴 전날 아침부터 개운치 않은 무게감을 느낀다.
 왜 이럴까. 우선 자기집과 본가, 처가를 오가는 총연장 1000㎣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해가 바뀔수록 운전하기가 쉽지 않다. 잦은 접촉사고 경험도 장거리 운전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으리라.
 사실 며칠 전부터 집안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명절 스트레스'가 온 것이다. 김 차장 보다도 김 차장의 아내(38)의 표정이 굳어지고 있다. 시댁에 가서 갖은 집안일과 각종 시댁의 요구(?), 다른 시댁 형제와의 비교 등을 어떻게 견딜지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조카들 세뱃돈을 줘야 하는데 은행에 가니 새 돈이 다 떨어졌단다. 여기에 `왜 5만원권이 나와서 세뱃돈 부담을 왕창 키웠냐'라는 짜증이 생긴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그동안 수십 년간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을 맞는 표정은 거의 변한 게 없다. `민족대이동', `차례문화', `장보기', `세뱃돈', `택배전쟁', `명절증후군'은 올해도 낯익은 단어가 되고 있다.
 
 #2. 2027년 설날 연휴가 밝았다. 김 차장은 승진해 부장이 됐다.
 사실 그는 명절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5년 전부터 구축된 스마트형 공장의 운영책임자가 되면서 새로운 시스템을 안착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설 연휴에도 공장은 그대로 돌아간다. 10년 전에 100명이던 생산직 직원이 5명으로 줄어 사람 사는 맛은 나지 않지만 스마트형으로 바뀐 공장은 로봇이 알아서 24시간 동안 주문량을 생산할 것이다. 그것도 1명이면 된다. 사실 없어도 되지만.
 선물 구입과 장보기도 말끔하게 끝냈다. 10년 전만 해도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에 갔지만, 요즘은 일부러 재미삼아 가기 전에는 나갈 일이 없다.
 드론이 알아서 집까지 제품을 배달해주는데다 어젯밤에 주문한 상품을 오늘 오후에 새로 만들어서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부장의 어깨를 가볍게 하는 것은 손수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린카와 스마트카, 모빌리티 솔루션이 완벽해져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안전하면서도 밀리지 않고 제시간에 친척집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 에어버스도 곧 나온다고 한다.
 사물인터넷(Iot)가 일상화돼 방범, 택배, 교육, 금융부문이 다 연결돼 있어 생활의 편리성이 극대화됐다.
 이는 디지털처리 속도가 지난 2023년에 요타바이트(YottaByte) 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1요타 바이트는 1024기가바이트(GB)의 5승이다. 즉 1125조8999억684만2624 기가바이트다.
 이미 지난 2020년에 시민 데이터 과학(Citizen Data Science), 제3자에게 맡기지 않고 직접 시행하는 분석서비스(Advanced Analytics with Self-Service Delivery),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컴퓨팅(Hybrid Cloud Computing), 암호화 화폐 거래(Cryptocurrency Exchange), 제스처 컨트롤(Gesture Control) 등이 일상화됐다.
 2027년 요즘의 화두는 커넥티드 홈(Connected home), 사물인터넷 플랫폼(IoT Platform), 소프트웨어 정의보안(Software-Defined Security), 스마트 어드바이저( Smart Advisor), 웨어러블(Wearables), 자연어 질의응답(Natural-Language Question Answering),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irtual Rea
lity) 기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이다.
 그렇다고 설날에 행복한 것만은 아니다.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신하면서 자식들이 제때 취업을 하지 못하니 가족들이 모여도 그런 주제를 피하지 못한다.
 이미 5년 전인 2022년에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700만개나 사라졌다. 빅데이터, 컴퓨터, 수학 분야 등에서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어도 500만개의 일자리가 줄었다.
 독일은 3년 후인 2030년에 주 직업 없이 부업(미니잡)을 가진 사람이 전체 인구의 5%인 150만명이나 될 것이라는 뉴스가 최근 나왔다.
 최소 임금을 받는 청소년들이 늘고 가난한 일자리가 증가하고 있다. 로봇이 빼앗은 전문직의 일자리는 부족하다.
 또 다른 문제는 아이들이 부족한 것이다. 자녀를 낳지 않다 보니, 한집에 1명 또는 한 명도 없는 집이 수두룩하다. 이번 설도 자식들 걱정하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차이가 없는가 보다.
 명절에 해외로 여행가는 것은 이미 일반화됐다. 음성통역(Spee
ch-to-speech Transla
tion)이 일상화됐고, 세뱃돈으로 받은 미리받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으로 어느 나라에서도 손쉽게 쓸 수 있기 때문에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끼리도 해외여행을 간다.
 요즘은 가상공간에서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는 가족들도 많다. 사실 김 부장도 이 솔루션을 쓰고 싶지만 참고 있다.
 그렇다고 10년 전보다 명절 스트레스가 없어졌을까. 사람이 사는 세상,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다. 김 부장은 아내를 위해 무슨 선물을 해줄까 돌아오는 길에 인공지능 서비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안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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