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 이은 전통 수제 엿 “정성으로 만들어 추억 팔아요”
3代 이은 전통 수제 엿 “정성으로 만들어 추억 팔아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7.01.25 18:5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0년 전국 누빈 윤팔도옹 청주 봉명동 공장서 기술 전수

아내 김종숙씨 “가업 잇겠다는 아들 말렸지만 지금은 뿌듯”

아들 일권씨 “전통의 가치 대내·외에 알리는 문화인이 꿈”

조용한 시골 마을에 엿가락 장단이 울려 퍼지면 동네 꼬마들의 엉덩이가 들썩였다. 짤각 짤각, 엿장수 가위 소리에 딸려오는 달콤한 엿맛. 별다른 간식이 없던 때, 고소하고 달달한 엿은 놓칠 수 없는 별식이었다.

입안 가득 고여오는 군침에 먹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돈은 없고 그렇다고 꿀엿을 포기할 수 없고. 급기야 엄마 몰래 고무신을 들고나가 엿과 바꿔먹고는 꾸지람이 무서워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어둑한 삽작을 서성이던 시절이 있었다.

엿판을 메고 마을 고샅과 시장통을 누비던 엿장수는 불과 30여년 만에 까마득한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정겨운 쇳가락 장단도 이젠 듣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서구문명이 유입되고 음식문화까지 변하면서 동네 꼬마들의 마음을 훔쳤던 엿장수의 가위질도, 투박한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소소한 별미도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이처럼 현대 문명사회로 접어들면서 점차 잊히고 사라지는 우리의 문화지만 전통의 위기 속에 전통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할아버지와 아들, 손자로 물림하며 3대가 전통엿 문화를 지켜나가는 `윤팔도 전통엿'이다.

청주 봉명동에 위치한 `윤팔도 전통엿'은 엿장수로 80년을 보낸 윤팔도 어르신이 세운 엿 공장이다. 이곳에선 윤팔도(91) 할아버지와 아내 김종숙(81) 할머니, 아들 윤일권(46), 외조카 이영석(40), 손녀 윤송희(21) 그리고 군복무 중이라 잠시 손을 놓은 손자 윤경식(23)씨까지 10명 안팎의 가족들이 일하고 있다.

3대가 전통엿 만들기에 뛰어들면서 화제가 되었던 `윤팔도 전통엿'은 추억의 엿맛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가마솥에 고아서 만든 엿을 늘리고 치대고 자르는 일까지 직접 손으로 제작해 전통 엿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설 명절을 앞두고 수제 엿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공장은 달달한 엿 향기로 가득했다. 벽면 칸칸이 놓인 덩어리엿이 대목임을 말해준다. 노란 덩어리엿이 손놀림에 따라 길게 늘려지고 늘려지며 가닥가닥 엿가락으로 만들어질 때면 달인 경지에 오른 생활예술로 다가온다.

윤팔도 어르신의 아들 윤일권 대표는 “10년 전부터 전통엿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 것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추억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다”며 “아버지의 이름을 내건 우리의 전통엿은 오랜 시간과 정성으로 맛을 내 추억을 판다”고 말했다.

전통엿의 비법은 간단하다. 시간과 정성이다. 시간이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이다 보니 빨리빨리 맛을 내고 만다. 전통의 손맛도 경제적 이유로 멀어지고 있는 이유다.

윤 대표는 “요즘 엿은 화학물질을 첨가하지만 전통엿은 엿질금을 사용해 오랫동안 끓인다. 시간을 오래 들일수록 엿맛이 다르다. 엿은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식품이다”면서 “엿을 늘리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 엿을 늘릴수록 공기층이 형성되고 반죽이 잘 풀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입에 들러붙지 않고 맛있다”고 들려줬다.

지난 해까지 전통엿을 만들었다는 1대 엿장수 윤팔도 어르신은 병치료 중이라 만날 수 없었다. 7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엿판을 들었다는 윤 어르신은 올해로 91살이시니 평생을 엿과 엿가락 장단에 묻혀 사신 셈이다. 80평생 엿가락 장단에 흥과 끼를 실어 전국 팔도를 주름잡았던 어르신의 쌍가락장단은 최고의 엿가락 장단이었다고 하니 서민의 삶과 애환을 담긴 그때 그 시절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엿장수 남편의 뒷바라지로 평생을 보낸 김종숙 할머니의 사연도 구구절절하다. 밤새 엿을 고와 엿판을 만들고, 이바지엿이나 선물용엿 주문이 들어오면 일일이 손작업까지 아내의 몫이었다.

김 어르신은 “고생이야 말도 못하지. 누가 엿장수를 알아줬나. 젊었을 땐 창피해서 남편이 장

사하는데도 못 갔어. 그런데 어느 날 막내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잇겠다고 하니 기가 막히지. 몇 날 며칠을 울며 말렸어.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고 아들이 아버지를 이어 엿을 잘 만들고 있

▲ 윤일권 대표가 엿 늘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유태종기자

으니 좋다”고 말씀하셨다.

전통엿의 명가로 자리 잡고 있는 `윤팔도 전통엿'. 3대로 내려오는 수제엿맛의 비결은 무엇일까.

윤 대표는 “엿을 만드는 방법보다 마음이 우선이다. 기술이 좋아지면서 제조 과정도 간편하고 위생적이다. 그렇지만 수제엿은 엿을 고아 만들때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정성된 마음이 엿맛이다”면서 “엿장수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준다. 웃음을 엮어낸다. 아버지를 이어 현장에서 엿을 만들어 전통성 문화가치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문화인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연지민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종현 2017-12-22 15:53:48
보기좋아요 계속 우리의 전통엿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