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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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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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 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중략)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마가리오막살이. 고조곤히고요히. 소리없이.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다산초당)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자작나무 숲에는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산도, 장작도, 박우물도 온통 자작나무라고 하던 시인의 마을에 앉아 눈 내리는 것을 보라. 나타샤를 사랑하기에 그렇게 눈이 내린다는 저 순박한 마음과 여우가 우는 산골의 오막살이로 가자고 소주를 털어 넣는 노래를 들어라. 고조곤히 이야기를 풀어놓는 조선의 연인을 생각하는 겨울은 얼마나 따스한가.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는 말들이 눈발처럼 흩날리는데, 그리움 깊은 흰 당나귀가 우는 밤의 정적을 눈감고 거닐어보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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