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52>
궁보무사 <25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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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말했던 것을 제대로 행하고 돌아왔는가"
18.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쿵!'하는 소리와 함께 요강으로 안면을 얻어맞은 외남무사는 비명조차 지르지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기절해 버렸다. 그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은 자는 어느 틈에 소수성에서 돌아온 방서였다. 방서는 요강 아가리를 한 손에 든 채 성금 성큼 애첩 앞으로 다가왔다.

"아, 왜, 왜 그러세요 제발 저를 그냥 놔두세요. 그냥 얌전히만 있을 것이니 이대로."

애첩이 울먹거리며 두 손 모아 방서에게 애원을 했다.

"좋소! 우리 약속합시다. 이 방 안에서 절대로 밖에 나가지 마십시오. 당신이 밖으로 나갈지도 모르니 내가 몰래 숨어서 지켜보고 있겠소."

방서가 아주 차갑고 냉정한 표정으로 애첩을 노려보며 겁주듯이 말했다.

"알았어요."

애첩은 예쁜 두 눈을 껌뻑거리며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거렸다.

방서는 기절해 있는 외남무사를 그대로 놔둔 채 창문 밖으로 가볍게 몸을 던져 나가버렸다.

잠시 주위를 살피고난 애첩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리고나더니, 지금 발가벗고 기절해 있는 외남무사를 심히 못마땅하게 째려보았다. 그리고 애첩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 방서라는 놈이 원래 강한 거야, 아니면 이 외남이라는 자가 원래 약한 거야 그래도 오근장 성주님을 보호해 드리는 호위무사라면 어느 정도 버티기라도 좀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런데 얘는 어떻게 된게 놈을 만나는 족족 깨지고 말아 에이, 재수가 없으려니.'

이렇게 중얼거리고난 애첩은 입고 있던 옷들을 훌훌 벗어내 던졌다. 마침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된 애첩은 바닥에 큰 대자(大 )로 네 팔다리를 벌린 채 기절해 있는 벌거숭이 외남무사의 품에 가만히 안겨보았다.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널찍하고 따뜻한 사내 품에 안긴 채 잠을 자는 것이 푹신한 침대 위에서 비단요를 깔고 잠자는 것보다 훨씬 더 낫겠다는 생각이 애첩에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아침,

방서는 잠을 깨자마자 곧바로 오근장 성주가 있는 성주를 찾아갔다.

오근장 성주는 겨우 몸이 회복되어진 듯 의자 위에 비스듬이 걸터 앉은 채 여러 중신들과 더불어 회의를 열고 있었다.

"오! 방서가 왔나"

방서가 모습을 나타내자 외북 장수가 제일 먼저 반갑게 미소 지으며 그를 맞이해 주었다.

모두들 방서에게로 시선을 맞췄다.

"으음. 자네가 어제 말했던 것을 제대로 행하고 돌아왔는가"

창리가 은근히 조롱하는 듯한 표정과 목소리로 방서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여기 가져왔습니다."

말을 마치고난 방서는 소수성 사리성주의 수염을 몰래 뽑아 넣어 두었던 가죽주머니를 앞으로 들어 보이고는 바로 옆에 있던 시종에게 그걸 건네주었다.

시종은 그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받아가지고 오근장 성주에게 전달하였다.

"아, 아니. 이, 이게. 정말로 소수성 사리성주에게서 뽑아온 수염이란 말이냐"

오근장 성주는 주머니 속에서 끄집어낸 하얀 터럭들을 매만져보며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습니다."

방서가 똑바로 선 자세로 아주 자신 있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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