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자랑 '직지'
대한민국의 자랑 '직지'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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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복원사업 <1>

"조선 인쇄정책 학술적 논리화에 심혈"

 <청주고인쇄박물관 이승철 박사 기고>

올해부터 2010년까지 30여억원 투입 예정

대표적인 20여종 복원 등 세미나 특별전 추진

조선시대 왕실에서 주조된 금속활자가 복원된다. 청주시는 오는 2010년까지 국·도비와 시비 등 31억5000만원을 들여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20여종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1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모를 통해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2월부터 8월까지 10여종의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를 우선 복원할 방침이며, 오는 9월부터는 복원된 금속활자 특별전과 학술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복원은 직지의 고장이자 인쇄문화의 본향 청주 이미지를 확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따라 본보에서는 이를 기획한 청주고인쇄박물관 이승철 박사의 기고를 통해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복원사업 추진 배경과 계획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1) 추진배경과 기획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복원사업의 구체적인 구상은 지난 2005년 10월 한국이 '2005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참가했을 당시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한국의 옛 인쇄문화'와 관련된 운영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은 주빈국관내 '출판의 역사관' 기획전시, 통신박물관에서 개최한 '만남, 구텐베르크이전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문화', 구텐베르크 박물관에서 개최한 '한국의 현대 책', 아고라 광장에서 열린 고인쇄문화와 관련한 국가지정 기능보유자들이 운영하는 인쇄체험 및 시연프로그램, 통신박물관에서 열린 활자교류사와 관련한 국제심포지엄 등이었다. 도서전에서 '한국의 옛 인쇄문화'와 관련한 모든 프로그램은 박물관에서 추진한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수많은 유럽의 학자들과 관계자들, 언론·방송인들은 한국의 옛 인쇄문화, 특히 금속활자 관련한 우수한 문화를 보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것들이 '직지'하나로만 설명하기엔 역부족임을 절실하게 실감하면서였다. 직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지만 이를 발전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학술적 논리와 한국 금속활자 인쇄술사를 보여줄 수 있는 실체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직지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지만 한국에서 금속활자 인쇄술이 가장 발달한 시기는 조선 세종대왕 때이다.

특히 세종의 명에 의해 주조된 갑인자(1434년 주조)는 한국 금속활자 인쇄의 꽃이라 할 수 있다. 활자의 주조기술과 조판기술에 있어 가장 완벽한 금속활자 인쇄기술상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많은 유럽인들이 한국에서 금속활자의 주조가 구텐베르크 이전엔 직지 밖에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 계미자·경자자·갑인자 등 구텐베르크 이전 조선에서 주조되어 사용된 금속활자들을 보여주려 했지만, 부족한 자료와 그 인본들마저 모두 한자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효과적으로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문화의 활발함과 발전사를 홍보하고 알리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조선왕실 주조 금속활자 복원의 구체적인 기획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2) 복원사업 계획

전체적인 사업은 올해부터 오는 2010까지 4년 동안 국비와 지방비 등 30여억원이 투입돼 조선시대 주자소에서 주조된 금속활자 중 대표적인 20여종의 복원과 활자조판 기술, 먹, 한자 등과 관련한 연구용역, 국내외 학술세미나, 특별전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특히 조판기술과 관련한 연구용역은 지난 2005년부터 2006년까지 박물관에서 추진한 금속활자 주조기술사 복원 연구사업과 관련한 후속사업이다.

주조기술을 복원하면서 활자의 조판기술이 주조기술과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활자의 모양(생김새)의 변화는 조판기술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다.

활자의 모양이 시대적 상황에 따라 조판기술, 재료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넓은 의미에서 인쇄기술사의 복원은 이러한 모든 조건과 상황들에 대한 복원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을때에만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하게 주조기술 하나만 밝혀냈다고 해서 그것이 인쇄기술사를 복원한 것이라고 말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우선 올해 추진되는 사업은 갑인자(6종)와 한글 금속활자(4종)의 복원이다.

갑인자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한국 금속활자 인쇄술사에 있어 꽃이라 할 수 있다. 세종의 명에 의해 집현전 학자들에 의해 주조된 활자는 이전의 활자들과는 몇가지 측면에서 획기적인 개량이 이뤄진 활자다.

우선 활자의 모양이 정방형이다. 이전의 계미자(1403년)나 경자자(1420년)는 원추형의 뒷모습이 뾰족한 형태로 밀랍에 꽂아서 사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갑인자는 정방형으로 만들어져 밀랍이 필요하지 않는 조판이 가능해 밀랍의 소요를 획기적으로 줄이게 됐다. 글자체나 활자의 모양이 완벽해 18세기 후반까지 약 여섯번에 걸쳐서 개주(改鑄)와 보주(補鑄)가 이뤄져 사용된 활자다.

보통 조선시대 주조된 활자들은 대부분 활자의 수명이 다하면 활자주조시 엄청난 동의 소요량 때문에 이전에 사용됐던 활자를 녹여서 새로운 활자를 주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글 금속활자(월인천강지곡자, 1447년경)는 우리의 문자를 만들어 초주갑인자(1434년)와 함께 사용한 활자를 시작으로 조선시대 약 6종 정도가 주조돼 사용됐다.

흔히 조선시대 양반계층에 의해 한글이 경시되었다는 측면이 있다고 하지만, 한 번 주조에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는 한글 금속활자가 여러차례 주조되어 사용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부여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쇄기술사를 규명하는 연구로 우선 조판기술사를 복원해 볼 계획이다. 주조기술사는 지난 용역사업으로 어느 정도 실체를 구명해 냈기 때문에 조판기술사를 복원하여 인쇄술기술사의 실체복원에 한걸음 더 다가설 계획이다.

3) 금속활자 인쇄술 학술적 논리화

학술회의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조선왕실의 인쇄정책이다. 사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우리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역사발전에 끼친 영향에 대한 연구가 미미하기 때문에 이를 밝혀내고 학술적으로 논리화 하는데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다.

그동안 금속활자인쇄술은 일부 서지학자나 전통 과학기술자들만이 참여해 사회적·역사적 영향 관계를 밝혀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에는 조선시대 왕실에서 추진한 주자나 인쇄정책이 조선의 역사발전에 어떠한 작용을 했는가는 사회 각분야의 측면에서 학제적으로 접근하게 될 것이다.

이는 구텐베르크하면 종교개혁, 시민혁명, 근대 과학문명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고리의 분명함으로 세계사에서 구텐베르크를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려놓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금속활자 인쇄술이 세계사는 아직 요원하다 할지라도 동북아지역이나, 적어도 한국사에서는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된다는 생각이다.

이를 학술적으로 논리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직지 이후를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별전은 우선 금속활자 주조과정을 복원하는데 밝혀진 각 주조법들에 대해 일반인들에게 소개를 할 생각이다. 선조들이 어떻게 활자를 만들어 사용했는지 그 과정을 복원실물을 전시해 일반인들에게 금속활자 인쇄술에 대한 이해를 도울 생각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01호 금속활자장 기능보유자 오국진 선생이 재현해 낸 밀랍주조법에 의한 금속활자의 제작과정이다.

▲ 1. 글자본 선정 ▲ 2. 자본 붙이기 ▲ 3. 어미자 만들기 ▲ 4. 주형틀 완성하기 ▲ 5. 쇳물붓기 ▲ 6. 활자 떼어내기 ▲ 7. 조판 ▲ 8. 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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