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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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지연<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7.01.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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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 최지연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밝은 지 벌써 5일째, 하루는 생각보다 길고, 한 달은 생각보다 짧다는 말이 벌써 5일째인 오늘, 더 마음에 와 닿는다. 새해는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기에 희망차다. 그러나 계획이 계획다우려면 지난 시간을 깡그리 무시한 채 세워질 수는 없다. 이미 올해의 삶은 지난 해 우리의 삶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세우는 이 계획은 올해가 아닌 내년과 미래를 내다보는 계획이어야 한다.

한 달 전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 교육부에서도 PISA 결과 발표와 동시에 우리 교육의 향방을 점검하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었고, 필자 역시 칼럼에서 이를 다루었다. 새해 계획과 관련하여 세계 각 국은 PISA 결과를 어떻게 수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새해 교육 계획에 반영하고 있는지를 오늘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먼저 미국이다. 미국 학생들의 성적은 전체 대상국 중 중간 정도에 위치했으며, 3년 전보다는 약간 낮아져서 선진국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로 평가되었다. 미국은 평가 결과의 절대적 수치보다는 교육의 평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사회경제지표가 학생의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2006년 17%였는데 이번 평가에서는 11%로 감소하였으며 이 결과에 대해 미국은 어떤 나라도 이와 같이 급격한 감소를 보인 적이 없다고 자평하였다. 또한 성적이 높았던 나라들의 공통점 중 미국이 수용한 `중핵공통교육과정'에 대해 계속적으로 학교 교육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독일은 2000년대 초 PISA 쇼크 이후 교육정책 개선으로 읽기, 수학, 자연과학 3분야 학력이 모두 OECD 평균보다 훨씬 높으며 특히 읽기 능력이 지속해서 향상하고 하위그룹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학력이 지속해서 향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결과를 토대로 자연과학과 수학 우수학생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며 자연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성별과 이주배경 유무에 따른 교육 격차 감소, 교육 분야의 디지털화 확대를 앞으로 노력할 과제로 상정하였다.

프랑스는 우리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최상위 학생과 최하위 학생간의 성적 차이가 OECD 평균보다 크고, 사회적 소외계층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성공할 확률이 4배 적었다. 프랑스 교육시스템이 엘리트를 생산해낼 수는 있으나,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끌어드리는 능력이 없음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교육 시스템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고, 학생들의 학업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화국 학교 재건이라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고의 결과를 받는 나라 중 하나인 핀란드의 학업능력 점수가 낮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OECD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이번 PISA 평가에 대해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했다는 면에서 다른 나라와 좀 다르다. PISA 평가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은 PISA가 학교에서 배운 능력만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투르크대학교(Turku University) 리스토 린네(Risto Rinne) 교수는 각 나라의 역사와 국가에 대한 이해를 다루지도 못하고 인간으로서 중요한 사회적 능력, 동기, 시민의식 등은 전혀 다루지 않은 채 국가지표와 수치로 평가하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였다.

PISA 성적표를 받아본 주요 국가들의 반응은 이처럼 자신들의 과제를 찾고 노력할 점에 집중하는 계기로 삼았으며, 나아가 PISA평가 전반에 대한 과제 역시 제안하고 있다. 평가의 원래 목적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올해도 우리는 여러 종류의 성적표를 받게 될 것이다. 성적표의 수치와 등급도 중요하겠지만, 그를 통해 우리가 더 노력할 점과 과제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작년의 성적표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지금, 그 분석을 기초로 이제 올해를 살아가자. 집중과 선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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