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51>
궁보무사 <251>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1.05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무래도 내가 볼일을 봐야 할 것 같다고요"
17. 재수가 없으려니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으음음. 아무튼 고맙네. 그나저나 자네들. 이제 돌아가 보게나. 내가 자네들의 진솔한 마음을 알았으니 말야. 아! 죽은 개새끼 한 마리 때문에 한참 울고났더니 꽤나 피로하구만."

내덕은 이렇게 말하며 이미 뇌물을 갖다바친 자들을 밖으로 얼른 쫓아내려고 하였다.

지금 이들이 마당에 서 있으면 아무래도 찾아온 자들이 얼굴이 뜨거워서라도 죽은 개에 대한 성의를 제대로 표하지도 못한 채 그냥 돌아갈는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생각이 내덕에게 별안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방서가 머물렀던 방 안에는 아직도 외남무사와 오근장 성주의 애첩이 밧줄로 느슨하게 묶인 채 누워있었다. 여자로서의 체면 때문인지 아까부터 얌전히 참고만 있던 애첩이 마침내 앙탈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니, 뭐예요 계속 이러고만 있으니. 이제 갑갑해서 미칠 것만 같다고요."

"어허! 가만히 있어봐요. 우리가 이러고 있어야 놈이 안심하고 방 안에 들어올 거 아니요 그때 내가 번개처럼 달려들어 놈을 쓰러뜨리고 말 터이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줘요."

외남무사는 이렇게 말하며 슬그머니 두 팔로 애첩의 몸을 더욱더 바짝 끌어당겨 안았다.

"아, 그만 하세요. 아무래도 내가 볼일을 급히 봐야 할 것 같다고요."

"볼일을"

"아니, 그런 거까지 자세히 얘기해야 되나요 자, 어서 일어나게 해주세요."

"웬만하면 참지 그래요"

"아, 참을 게 따로 있지 이런 걸 어떻게 참아요 빨리요. 당장 내리 쏟아질 것만 같아요."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아쉬운 대로 제가 이걸로 꼭 막아드리면."

외남무사는 자기 딴엔 농담을 하려는 듯 씩 웃으며 엄지손가락 한 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아니 이 자식이 보자보자하니까! 임마! 그걸로 어디를 감히 틀어막아 보겠다는 거야"

애첩은 화를 벌컥 내며 한쪽 손을 빼가지고 그의 귀싸대기를 보기좋게 갈겨버렸다.

얼떨결에 뺨 한 대를 맞고 난 외남무사는 그제야 못 이기는 척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한데 묶여있던 밧줄을 풀어주었다.

애첩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 안에 가깝게 붙어있는 화장실로 쪼르르 뛰어 들어갔다.

원래 보통 가정집 같았으면 화장실이 멀리 마당 한쪽에 있었을 터인데, 지금 이 집은 손님을 접대하려는 목적 이외에 손님을 안전하게 보호해야하는 또다른 목적이 있었기에 애초부터 화장실과 목욕탕, 주방 등등이 잠자는 방과 맞붙어 있도록 지어져 있었다.

화장실에 급히 뛰어들어 갔던 애첩은 한참 후에야 볼일을 제대로 다 보고서 나왔다.

"헤헤헤. 어때요 시원하시죠 헤헤헤."

외남무사는 체중조절을 끝내고 나오는 애첩에게 바보처럼 히죽거리며 이렇게 말을 붙이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자기 웃옷을 훌훌 벗어 던지기 시작했다.

"어머머! 아, 아니. 지금 뭐 하시자는 거예요"

애첩이 기겁을 하며 외쳤다.

"어허! 나라고해서 화장실 들어갈 일이 없겠소 난 본디 집에서는 발가벗고 볼일을 보곤 하는 성질이 있으니 보시기에 조금 이상하더라도 양해해 주시오."

외남무사는 이렇게 말하고는 웃옷을 완전히 벗고나더니 기왕에 내친김이라는 듯 이번에는 아랫도리까지도 벗어내기 시작했다.

"어머머! 어머머!"

이를 본 애첩의 얼굴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졌다.

"어허! 뭘 놀라우 댁은 남자 발가벗은 거 생전 처음 보시우"

외남무사는 이렇게 말을 하다가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홱 돌리는 데 바로 그 순간, 돌로 만든 요강 한 개가 그의 안면을 향해 날아들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