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의 혁신과 변화를 꿈꾸며
수업의 혁신과 변화를 꿈꾸며
  • 최지연<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6.12.21 1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육현장
▲ 최지연

정국도 혼미한데다 정리해야 할 연구보고서가 많은 바쁜 연말이다. 모 교육청의 학교혁신 평가 보고서를 읽고 있자면, 이제 열흘도 남지 않은 2016년 대미를 자발적인 혁신의 사례와 함께 보내는 것이 교육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행운이구나 생각된다.

학교에서 수업을 개선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라고 알려졌다. 하나는 수업을 이끄는 교사의 수업 역량 즉 교육내용에 대한 지식, 교수법이나 교수학적 지식, 수업 행위와 관련된 교수 기능과 전략, 유창한 수업 레퍼토리 등 교사의 역량이 풍부해지도록 도움으로써 수업을 개선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교사가 2015개정 교육과정과 같이 국가수준의 성취기준을 자신이 함께 공부하는 교실의 학생들에게 맞추어 수업을 만들어서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자가 주로 전문가적 교사상에 기반하여 개별 교사의 수업 전문성 향상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면 후자는 한 교사가 속한 맥락적 기반에서 예를 들면 단위학교나 동 학년, 같은 교과 선생님들과 함께 단위학교의 교사기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한다는 면에서 입장의 차이가 있다.

이번 혁신학교 평가 보고서 사례에서 눈에 띄는 학교는 아주 외진 소읍의 작은 시골학교이다. 중학교인데 학급은 3학급뿐이고, 교과별로 선생님도 한 분씩이라 같은 교과 선생님들 사이의 연구가 활발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며, 학부모들 역시 학교 교육 활동에 큰 기여를 하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이 학교는 지난 3년간 변화하였다. 그 변화의 힘은 교사들로부터 나왔다. 교사들 스스로 `수업 보기-수업공부하기-수업하기-수업 반성하기' 4단계로 수업을 보는 안목을 키웠고, 같은 과목이 없다면 주제를 중심으로 모여 교사들 간에 수업에 대한 공부를 이어갔다. 직접 우리 학교, 우리 아이들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짜고, 수업으로 만들고 실행하고 반성하면서 수업에 대한 이해는 자연스럽게 수업의 변화로 이어졌다. 이해에서 변화로 나아가는 흐름이 수업을 바꾸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본질적인 과정임을 몸으로 깨달은 것이다.

수업에 직접 참여하는 학생과 교사의 경험이 바뀌지 않은 혁신은 준비만 하고 끝내는 혁신에 그치게 된다. 교사와 학생이 수업 혁신의 과정에 실제로 참여할 때 전문성, 즐거움, 만족과 가치를 느끼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측면에서 혁신학교 주체들이 실감하는 `수업이 바뀐다 혹은 변한다'는 말은 자신의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자신의 교육과정으로 수업하면서 느끼게 되는 총체적 경험, 그것에 의해 이루어진다.

수업 혁신의 성패를 좌우하는 좋은 수업 경험은 좋은 수업을 구별하여 감식하는 안목으로부터 온다. 그 안목은 지식을 통해 하루아침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쇤의 `행위 중 반성', 오우크쇼트의 `판단'과 같이 그 과정에 몸소 오랫동안 참여함으로써 체화된다고 보아야 옳다. 그렇다면 교사가 수업에 대한 안목을 지니는 방법은 수업을 보고, 수업을 만들고 수업을 해보고 수업을 반성하는 일련의 경험밖에는 없다. 작은 시골 중학교의 수업 혁신도 이 진리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시대가 변화를 요구한다. 그러나 변화에는 변화 자체보다는 방향 정립이 더 중요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아무리 빨리 달려간다고 한 들, 그것은 더 심각한 오류를 낳을 뿐이다. 내년 좋은 수업으로 내 수업의 변화를 이끌고 싶다면, 오늘 내 수업에 대한 이해 그것이 출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