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콜'·`존잼'… 신조어 한글파괴 심각
`개콜'·`존잼'… 신조어 한글파괴 심각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10.06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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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레 창제 570돌 한글날

SNS·인터넷시대 … 비속어·채팅어·축약어 남발

“편하다”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 … 세대간 불통도

“한글정책 소홀 … 국가·범국민적 노력 절실” 지적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한글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기념일로 정하고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특히 우리의 한글은 제작 원리를 담은 국보 제70호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과학문명의 발달과 자본주의 시대 흐름 속에 한글의 파괴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한글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신조어에 대해 살펴본다.

언어는 그 나라 민족의 정신이다. 한글은 한국인의 정신인 셈이다. 일본강점기에 일본이 집요하게 한글 사용을 금지하며 식민지정책을 편 것도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말살하려던 주도면밀한 시도였다.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 지킨 한글은 이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말을 직접 쓸 수 있는 언어로 평가되고 있다. 과학적이고 풍부한 표현이 가능한 문자이면서도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의 우수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나 급속한 문명발달로 외래어 남용과 비속어, 채팅어, 축약어 등과 같은 신조어를 낳으며 심각한 한글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더구나 SNS나 인터넷 등의 통신언어가 전 국민의 생활언어로 자리 잡으면서 간편한 한글 사용어가 우리말 파괴는 물론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청소년들이 사용하는 신조어 사례를 보면 ‘버터페이스’는 다 좋은데 얼굴이 영 아니다는 의미이고 ‘고다비’는 고구마 100개 먹은 것처럼 답답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된다. ‘낄낄빠빠’는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는 의미이고 ‘근자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리킨다.

이 같은 신조어는 인테넷상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문학의 영역까지 폭넓게 확산돼 통용되고 있어 한글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폭력적 언어 사용도 심각한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접두어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왕짜(많이 짜증난다)’, ‘개콜(정말 좋다)’, ‘개빡친다(정말 화가 난다)’, ‘존잼(정말 재미있다)’ 등과 같은 ‘왕~, 존~, 개~’ 접두어 사용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문자탈락 현상도 병행돼 심각한 수준이다. ‘ㅇㄱㄹㅇ’, ‘ㅇㅂㅊ’, ‘ㅂㅂㅂㄿ, ‘ㅈㅅ’ 등 자음의 나열은 통신언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욕설이나 사실은 은폐어로 사용하면서 세대 간 불통현상도 일으키고 있다. 최근에는 己ㅣ(리), 0よ(안), ⓔⓨⓞⓤ(이유), 二卍(이만), 雨녕댜(운영자)와 같은 특수기호까지 등장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언어사용에 있어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의견과 신조어 수용 선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이정우 학생(15)은 “또래 친구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이 어른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바쁘고 시간에 쫓기다 보니 축약어나 신조어가 자연스럽게 소통되고 있다”며 “한글 파괴라는 의미보다는 일상언어로 사용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임승빈 청주대 국문학과 교수는 “시대가 빨라지고 각박해지면서 축약어나 시종어, 비속어, 상업성 언어가 유행하고 있다”며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 없지만 한글 사용에 있어 어원의 근거도 없이 파생되는 말이나 광고에서 의미가 다르게 철자를 사용하는 언어는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축약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정신이 조급해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세대 간 소통을 어렵게 해 무슨 얘기인지 모르게 된다”면서 “한글 정책을 보면 기초를 소홀히 하고 있다. 대학에서 국어학과가 존폐 위기에 서 있을 정도로 정부의 국어정책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국가기관의 교육과 노력이 부실했다”면서 “언어 사용이 정책으로 만든다고 해서 추진될 수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국가와 범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지민기자
yeaon@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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