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해야 한다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06.22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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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옥시사태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이 국민적인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기업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제출된 징벌적 배상법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회의원이 주도해 추진되고 있는 징벌적 배상법은 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 최대 3배까지 배상금을 물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와 여당이 시기상조라는 입장인데, 현행 법 체계로도 손해배상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다는 게 주장의 요지다.

또한 우리나라 법체계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예외적인 경우 외에는 인정하지 않고 있어 이를 일반화하는 문제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에 대해 오히려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데 동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법률이 시대에 뒤떨어져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공유도 강한 편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은 ‘국가적 자존심’과 ‘국격’과도 연결되는 사안이다.

다국적 기업에 현행 법체계는 한국에서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범죄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솜방망이’처벌만 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폭스바겐의 경우 미국에서 1명당 5000달러 배상 등 최대 30억 달러의 배상금 지불계획이 거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141억의 과징금을 물리는데 그쳤다.

폭스바겐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특별히 배상할 계획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지난 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소도시 주민 600여명이 중금속 배출로 수질을 오염시킨 전력회사 PG&E를 상대로 소송했는데, 배상액이 자그마치 3억3300만 달러, 한화로 4000억원의 배상판결을 받은 일도 있다.

그런데 엄청난 숫자의 사상자를 낸 옥시가 1.2등급 피해자 1명에게 1억원 정도의 배상을 제안했다고 하니, 우리나라 국민을 우롱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면 기업활동이 위축되고, 파산 등으로 기업이 망할 수 있다는 불만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예전에 ‘리콜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이런 우려가 제기됐지만, 지금은 자발적 리콜을 하는 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더 커서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이런 연장선에서 기업이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의 역할을 할 것이며, 결국에는 위험을 사전에 회피할 수 있어 기업의 영속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제도가 법안의 취지에 맞게 정착한다면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같이 기업체의 불법행위로 다수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는 일들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도입논의와 함께 우리나라 기업과 소비자들도 이번 기회에서 반사회적 행위가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나와 내 가족이 제2, 제3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결국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는 당장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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