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우리는 전진한다
시험, 우리는 전진한다
  • 최지연 <한국 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6.06.15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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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 최지연

기말고사를 마치고 오늘부터 방학이다.

방학 전, 학기의 마지막 수업과 시험을 마친 학생들을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났다. 시험 기간 동안 2킬로그램이나 빠졌다, 시험을 두 시간이나 꼬박 앉아서 쓰느라 머리도 손도 고생하였다, 상대평가라서 모두 잘해도 서열을 나누게 되니 성적이 걱정된다 등등 학생들의 넋두리에서 시험은 크든 작든 언제나 부담이라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우리나라 대학이 기말고사를 열심히 치르던 그 때, 중국에서는 지구에서 가장 치열한 시험이라 일컬어지는 중국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가 있었다. 올해는 6월 7일 시작하여 9일에 끝이 났는데, 올해 가오카오 응시생은 940만 명, 거의 서울 시민의 숫자에 맞먹는다. 작년에 비해 2만명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단일 시험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우리의 수능이 그렇듯이 가오카오 역시 대학뿐만 아니라 인생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경기의 침체로 대졸자 취업난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도 명문대 입학과 취업 경쟁이 치열해지게 되었고, 이에 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올려 좋은 대학에 합격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그릇된 인식에 부정행위까지 넘쳐난다고 한다. 부정행위 적발 시 최고 징역 7년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올해는 입시 부정을 막기 위해 드론까지 띄웠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이해할 만하다.

이런 부담스러운 시험에 내몰린 청소년들은 어떨까? 중국 고3 수험생 사이에서는 몇 년 전부터 대입 시험 전 압박감을 떨치기 위해 교과서를 갈기갈기 찢어서 학교 건물 밖으로 던지거나 교내 복도에서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또 명문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고등학교의 경우 창문을 모두 창살로 막아놓고 있다고 하는데 지나친 압박감에 시달리는 학생들의 투신을 막기 위한 것이라 한다.

동아시아만 그럴까?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24시간 무료 아동·청소년 전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일드라인(Childline)의 통계 자료를 인용하여 시험기간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학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를 보도하였다. 차일드라인에 따르면 시험 스트레스 호소 학생 수가 지난해에 비해 9% 증가하였으며, 시험결과에 대한 걱정을 상담하는 학생들은 20% 증가하였는데, 시험은 청소년의 수면에 영향을 미치고, 불안으로 인한 공격성을 부추기며, 우울증이나 섭식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의 경우에는 자해나 자살충동까지 우려되는 상황도 있다고 기관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원론적이지만, 자신이 성장할 것, 더 나아질 것에 집중하여 준비하고 남과의 비교를 피하라는 것이다. 또 학부모는 비교보다는 자녀의 발전에 주목하고, 시험이 끝나면 학생이 기대하는 것을 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험이 인생을 좌우한다. 그러나 시험 이외에도 우리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참 많다. 어느 기업에서는 인턴 기간 동안 회식자리에서 신발 정리를 솔선수범하는 직원은 꼭 채용한다고 한다. 그 정도의 배려심이면 성공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할 것이라 판단한다고 한다. 삶에서 시험보다 중요한 것을 누가 일깨워주겠는가? 결국 부모이고 어른의 몫이 아닐까? 기말고사를 앞둔 고3 딸에게 오늘은 전화한통 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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