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원 토해내는 천안시
50억원 토해내는 천안시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6.07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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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 2016년 4월 18일 천안시는 충남도에 세계민족음식테마관 설립 포기신청서를 슬그머니 제출했다. 수년 전 지원받은 국·도비 50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 5월 11일 천안시는 영상문화복합단지 토지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133억원을 물어내야 해 조용히 추가경정예산에 넣었다.

천안시가 무리한 사업 추진 및 행정 실수로 시민이 낸 혈세 180억원을 축내게 됐다. 그런데 천안시에선 누구도 이 같은 일에 책임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반 기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해당 직원이 옷을 벗든가, 적어도 좌천을 면치 못한다.

이를 보는 시민은 분통이 터진다. 도대체 연 1조수천억원의 시 예산을 쓰면서 어떤 자세로 업무를 보는데 이런 일이 연속 터진단 말이냐.

세계민족음식테마관부터 얘기해 보자.

지난해 천안야구장과 함께 전국적 오명을 불러 천안시 행정의 밑바닥을 보여줬다. 2013년 천안웰빙식품엑스포를 열면서 의욕만 넘쳐 벌인 일이다. 멋진 행사관을 짓겠다는 욕심으로 국비 따내기에 급급했다. “행사후 세계음식테마관으로 사용하겠다”고 약속하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남도로부터 각각 42억원, 8억원을 받았다. 전임 시장 시절 시장 의지에 맞추려는 담당 공무원의 과욕이었다. 엑스포가 끝나고 3년이 지났으나 여기에 투자할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 없는 천안삼거리공원에 각국 음식을 차려놓아 봤자 먹으러 올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더 웃긴 건 이런 옵션(음식테마관 사용 제한)이 걸린 건물인지 모르고 시 한쪽에선 시립미술관으로 사용하겠다는 활용안을 내는 해프닝을 벌였다. 음식테마관의 ‘출생비밀’을 알고 있는 담당 공무원이 입을 닫고 있어서다. 알려지면 모든 화살이 자기에게 돌아올까봐 아무 소리도 못 낸 것일까. 그 결과 천안시는 전국의 웃음거리가 됐다.

다음은 구룡동의 영상문화복합단지다. 사업이 취소됨에 따라 10년 전 진입로 개설을 위해 수용한 땅이 필요없게 됐다. 이 땅을 처분하면서 원래 토지주들에게 우선 매수권 통보를 하지 않았다. 규정을 어긴 것이다.

반면 시는 2012년 사업자에게 이미 시가 투자한 기반시설비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어 138억원을 받아냈다. 그렇지만 토지주 권익은 무시했다.

인근 천안야구장 땅은 평당 평균 150만원의 혈세로 보상하는 걸 본 토지주들은 참을 수 없었다. 한쪽 시민들에게는 돈벼락을, 다른 쪽엔 날벼락을 주고 모른 척한 천안시였다. 아직 손배소를 내지 않은 토지주들이 있어 50억~60억원이 더 나가야 한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시 공직자는 누굴 위해 일하고 있나? 음식테마관은 시장 눈에 들려고 앞만 보고 일하다가 시 재정을 축낸 꼴이다. 영상복합단지는 시 재정만 지키려다 더 중요한 시민 재산권을 무시한 처사다. 시 공무원은 시장이 아니라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데….

전임 시장 때 벌어진 일로 천안시가 3년째 들썩이고 있다. 최근 공무원들과 그의 지인들이 시 토지활용계획을 미리 빼내 땅을 매입했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한두 명이 아닌 많은 공무원이 연관됐다고 하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공무원은 요즘처럼 각박한 경제 상황에서 주변의 부러움을 사는 직장인이다. 부정을 저지르거나 사고 치지 않는 한 성과를 내지 못해도 쫓겨나지 않는다.

이런 차별적 지위를 누리려면 정직하고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책임져야 할 땐 책임 좀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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