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 법정관리, 세계 4위 조선사에서 '골칫덩어리' 전락
STX조선 법정관리, 세계 4위 조선사에서 '골칫덩어리' 전락
  • 뉴시스 기자
  • 승인 2016.05.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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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이달말 법정관리 전환 방안 확정
법원 결정 따라 '회생-청산' 여부 결정

한 때 세계 4위 조선소로 명성을 떨치던 STX조선해양이 결국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됐다. 회생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는 그야말로 참담한 지경까지 내몰리게 됐다.

25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채권단은 회의를 열어 STX조선의 자율협약을 이달 말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형 조선사의 법정관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채권단이 법정관리를 결정하긴 했지만, STX조선 운명의 실질적인 키는 법원이 쥐고 있다.

법정관리 신청이 승인될 경우 회생을 위한 절차를 밟는 기회를 얻게 되지만,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청산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STX조선은 지난 1967년 동양조선공업으로 설립됐다. 이후 대동조선으로 사명이 바뀌었고, STX그룹에 인수된 1년 뒤인 2002년 현재의 이름으로 간판을 바꿨다. 이듬해에는 상장까지 했다.

STX조선은 과거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의 조선소로 이름을 떨쳤지만 조선업황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며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초래한 배경으로 업황 부진보다 무리한 사업 확장이 꼽히고 있다.

STX조선은 원래 중형 탱커를 전문적으로 건조하는 조선사였지만, 몸집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유형의 선박 건조에 손을 대며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

특히 지난 2011년 중국 다롄에 세운 자회사 STX다롄이 2014년 5월 중국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이 회사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야기했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이런 가운데 STX조선은 장기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했고, 지난 2013년 4월 자율협약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같은 해 9월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11월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바뀌며 공식적으로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 기간 동안 STX조선에 4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2013년 이전에 저가 수주했던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래 이듬해 3000억원, 지난해 2000억원 등 3년간 2조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깊은 수렁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했다.

결국 채권단은 회사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판단, 자율협약 체제 돌입 3년2개월 만에 STX조선의 법정관리 체제 전환을 선택했다.

지난 1988년 한진중공업, 2014년 대한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가 법정관리를 받은 경우는 있지만, STX조선처럼 대형 조선사가 법정관리를 받게 되는 경우는 이번 처음이다.

산업은행은 이날 채권단 회의 후 "추가자금을 지원하면서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으며,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회생절차로 전환해 생존 기반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산은은 이달 말까지 논의를 거쳐 자율협약을 종료하고 법정관리로 전환하는 방안을 확정키로 이날 결정했다.

그러나 내부에서는 현 상황을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그동안 법정관리로 전환 되느냐 마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칠 대로 지쳤기 때문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이전부터 법정관리를 받느냐를 두고 말이 많아서 많은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상황에서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알 수 없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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