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만들 시간이 없었다니 …
공약 만들 시간이 없었다니 …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4.1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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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선거가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두 가지 특징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읍소와 비방이다.

당 대표들이 길거리에서, 유세장에서 툭하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린다. 지나가던 유권자들이 민망할 정도다.

TV 카메라에 얼굴을 비춘 각 당 수뇌부는 연일 엄살이다. “이러다가 절반 의석도 못 차지 하겠다. 제발 도와달라.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기 위해 힘있는 여당을 만들어달라.” 다른 한쪽은 “우리가 죽겠다”며 호소한다. “여당이 180석을 넘게 차지할 것 같다. 이러다가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거대여당이 탄생한다. 제발 우리가 진짜 야당이니 표를 몰아달라.”

정책이 실종되다 보니 상대 후보 깎아내리기도 ‘기승’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여론조사를 왜곡하는 선거 사범이 19대 총선 때에 비해 최대 3배나 늘었다.

지난 6일까지 조사된 허위사실 공표 건수는 126건, 여론조사 왜곡은 80건으로 19대 때보다 193%, 263%나 급증했다.

실제 전국의 후보자들은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공약 관련 보도자료는 거의 내놓지 않고 있다. 연일 쏟아내는 보도자료는 대부분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이나 대응, 조금 낫다면 자신에 대한 지지를 당부하는 내용이 전부다. 말 그대로 정책 실종인 선거판. 축제는커녕 유권자들의 마음은 점차 식어가고 있다.

이번 선거가 읍소와 비방의 선거전이 된 이유는 당연히 정책이 주목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탕, 삼탕인 공약이 대부분인데다 새롭게 내놓은 공약들도 표심을 자극할 만큼 위력적이지 못했다. 야권의 기초연금 인상 및 최저 시급 1만원 등이 주목을 받긴 했으나 새누리당이 ‘9000원’으로 따라오면서 큰 이슈가 되진 못했다.

한 정치학과 교수가 이번 선거에서 정책 공약이 실종된 이유를 “각 당의 공천이 늦어져 정책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풀이했다. 꽤 우호적인 분석이다.

여야가 서로 당내 공천 파동으로 싸우느라 공약을 준비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너무 ‘관대’ 하다.

4년에 한 번씩인 국회의원 선거인데 과연 그때 써먹을 공약을 선거일 직전에, 공천 기간중에 만들어야 할까. 그렇다면 정말 ‘유권자 모독’ 아닌가.

KBS가 주말에 ‘다큐1 스웨덴 정치를 만나다’를 방영했다. 지난 1월에 이은 재방송이었는데 총선을 코앞에 둔 때라 반향이 컸다. 2부로 나뉘어 방영된 프로그램은 스웨덴의 모범적인 국회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제일 놀라왔던 것은 국회의원들에게 보좌관이나 비서가 없다는 점이다. 정책 보좌관 1명이 4명의 국회의원들을 보좌한다. 대신 입법 활동 지원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변호사, 학자 등으로 구성된 입법집단을 국회의원들은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9명의 보좌관을 두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물론 의원 사무실도 좁은 방 한 칸이 전부다. 면책 특권과 불체포 특권도 없다.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 국회의원의 의식이다. 유권자,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투철한 사명감으로 일한다. 출퇴근시 시내버스를 타고 다니며 일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도시락을 싸서 먹고 다니는 의원들. 우리나라 지방의원들과 비교해봐도 부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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