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정신 좀 차리자
코레일, 정신 좀 차리자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3.15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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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지난 12일 오전 11시 20분, 이미 천안 집에 도착했어야 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영등포에서 오전 9시 55분 발 새마을호를 탔는데 1시간여가 지났는데도 아직 안양도 못 왔고, 열차는 철로 위에 있다는 얘기다.

천안까지 자면서 갈 요량으로 핸드폰 알람을 도착시간에 맞췄는데, 일어나 보니 거의 제자리였고 열차 안은 항의소동에 떠들썩하다는 것이다. 결국 아들은 열차 탄 지 3시간 만인 오후 1시 천안역에 도착했다.

화가 난 아들이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을 성토했다. 이미 연착이 예견된 상태였는데 왜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승객을 태워 무조건 출발시켰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승객들은 오도 가도 못하고 열차에 갇혔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열차 타기 전 연착 가능성을 알리지도 않고, 또 열차들을 연속적으로 출발시켜 서울과 대전 사이 하행선 철도 위에서 모두 대기시켰던 것이다. 또 역이 아닌 철도 위에 정차시켜 승객이 대체교통수단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게 했다. 열차 승무원은 승객에게 연착 이유와 언제 출발할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며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날 사태를 전한 한 언론보도는 아들의 말과 거의 일치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1일 오후 7시 대전 신탄진역과 세종시 매포역 사이서 열차 탈선사고가 일어났는데 복구작업이 하루 지난 12일 오후 4시까지 이어져 열차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 구간 2개 선로 중 상행선 선로를 전면 폐쇄하고 복구작업을 진행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열차 지연에 대한 코레일 측의 안내방송이나 대체 수단 투입, 표 환불 등 대응은 부족했다. 한 승객은 “복구를 위해 단선으로 운행하면 열차 수를 반으로 줄여 혼잡을 막아야 하는데, 열차는 그대로 보내 선로 위에서 시간을 보내게 했다”며 “환불을 피하려는 코레일의 꼼수에 분통이 터진다”고 비판했다.”

이 승객은 오전 10시55분 서울역 출발 새마을호를 탔는데 5시간5분 만에 목적지 대전에 도착했다고 한다. 2시간 남짓 거리를 5시간 걸려 온 것이다. 점심을 거른 건 물론이다.

지난 12일 경부선 서울~대전 구간서 겪은 승객들 고통은 코레일이 부른 인재(人災)였다. 승객은 연착사태가 분명히 예견되는데도 공지하지 않은 코레일에 분노했다. 승객 고통을 방치하고도 어떤 보상대책도 내놓지 않는 코레일에 또 분노했다. 코레일 열차회원인 아들은 혹 보상메시지가 뜰까 연신 코레일톡을 확인했다.

사실 코레일의 이런 무신경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난 겨울 강추위가 몰아친 날 아침, 친구가 겪었던 대전발 서울행 열차 경험담이 떠올랐다. 통상 아침열차는 출발 전 미리 히터를 가동해 승객이 춥지 않도록 배려한다. 그런데 ‘냉동열차’ 상태로 승객을 태워 운행했다. 친구는 2시간 동안 추위와 분노에 치(齒)를 떨면서 서울로 올라왔다.

2년 전 철도민영화 논의가 뜨거운 적이 있다. 당시 장·단점이 맞섰다. 장점은 민간경쟁체제로 인한 서비스 질 제고, 공기업의 방만경영 개선 등이다. 단점도 컸다. 요금이 인상되고 많은 적자노선이 폐지될 거란다. 이후 민영화 논의는 잠잠해졌다. 그러나 코레일이 지금같이 무대책 경영을 하면, 민영화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 아닐까. 비용을 더 내더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고 싶다.

연착사태를 겪은 한 네티즌(DDHommESS)도 “코레일이 일을 어떤 식으로 하는건지. 공기업 다 갈아 엎어야 할듯”이라며 과격하게 개혁을 들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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