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생태공원에는 두꺼비가 있다
두꺼비생태공원에는 두꺼비가 있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3.06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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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경칩이 지났다.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은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봄을 재촉하듯 비가 내린 이날 청주지역에서는 구룡산 일대의 두꺼비생태공원과 농촌방죽에 200여 마리의 두꺼비들이 산란이동을 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두꺼비생태공원을 조성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두꺼비가 생태공원을 찾은 것이다.

2006년 두꺼비생태공원이 조성되고서 개체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일각에선 ‘두꺼비공원에 두꺼비가 사느냐’는 말로 공원 운영에 의구심을 품었다. 환경단체 역시 두꺼비 개체 수가 거론될 때마다 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10년 만에 두꺼비들의 대거 귀환은 생태복원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인간과 두꺼비의 상생을 위한 실험이라는 당시 개발사와 환경단체 간의 극적 합의문을 가능성으로 확인시켜주고 있으니 말이다.

2003년 청주 ‘두꺼비 살리기 운동’은 바위에 계란 던지는 격이었다. 당시 이 운동을 두고 무모하다는 말과 함께 생떼 쓴다는 비난 여론도 많았다. 상식을 벗어난 운동임을 알면서도 구성원들이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방죽이 메워지면서 당장 죽어야 할 올챙이들을 살리는 일이었다. ‘생명 평등’이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셀 수 없이 많은 어린 ‘생명’을 살리자는 마음들이 앞서 있었다. 그랬기에 생명운동으로 확산할 힘을 얻었고, 그렇게 보존될 수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산남동은 번화한 신도시로 탈바꿈했지만, 원흥이방죽은 2003년부터 3년간 두꺼비 살리기 운동이 진행된 중심지였다.

도심 속 시골 나대지였던 산남동에서 1000마리가 넘는 두꺼비들이 원흥이방죽으로 산란 이동하던 모습과 지금을 비교하면 놀라울 일도 아니지만, 고층아파트 숲으로 둘러싸인 환경을 무릅쓰고 두꺼비들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대견스럽다.

그럼에도, 극한 갈등과 대립 속에서 보낸 3년보다 생태공원이 조성된 후가 더 힘겨운 시간이었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두꺼비생태공원이라는 이름에 맞게 생태를 복원시키는 일은 열정과 노력만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환경에 민감한 생물들이 사람들의 생활공간 속에서 상생한다는 것은 인간중심적 사고일 뿐이다. 어찌 보면 14년간 묵묵히 그 길의 책무를 감당하며 열정으로 걸어온 결과가 두꺼비들이 산란지로 귀환하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음이다.

올해 두꺼비의 개체 수가 늘었다고 해서 두꺼비생태공원의 생태복원이 성공했다고 자부할 수 없다. ‘실험’이란 이름의 합의서처럼 상생의 길은 아직도 멀다. 생물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에선 열정과 노력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자체의 관심 없이는 도시의 녹색환경은 보존되고 지속하긴 어렵다. 자본은 개발을 통한 이익을 추구하기 마련이고, 개발은 여지없이 도심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두꺼비들의 서식지인 구룡산 역시 2020년이면 도시공원일몰제 해제로 개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유지가 포함되어 있어 규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 생명문화도시를 표방한 청주시가 생명도시를 브랜드하기 위한 방안으로 두꺼비생태공원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사유지를 매입하고, 구룡산 일대를 생태공원화하는 특화된 전략과 결단이 필요하다. 시민들 삶의 질을 높이는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생명문화도시 청주의 위상을 실천하고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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