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충호의 어두운 그림자
영충호의 어두운 그림자
  • 안태희 기자
  • 승인 2016.02.24 20: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안태희 취재2팀장(부국장)

영호남 시대를 넘어 충청도와 충북의 자긍심을 높이고자 만들어진‘영충호(영남·충청·호남)’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북핵위기에 이은 남북간 일촉즉발의 위기, 선거구 획정 등 정치적인 이슈가 넘쳐나는 어수선한 상황을 노리는 듯 지역에 불길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먼저, 정치적으로도 영충호의 혜택은 대전과 충남이 입는 것 같다. 대전과 충남의 국회의원 수가 각각 1석씩 늘게 되지만, 충북은 의석수 증감이 없는 대신 괴산이나 청주 일부 지역이 남부3군과 합쳐져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의석수가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충북 11개 시군 중에서 5개 시군이 선거구 획정으로 큰 혼선을 빚고 있으니, 상대적 손해라면 손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도 코앞에 닥쳤다. 규제를 풀어서 화장품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충북 화장품 규제프리존은 그 의도의 이면에 대기업의 미용업계 진출이라는 발톱이 숨겨져 있다.

충북에만 4천명에 가까운 미용업소 대표, 피부미용실 원장들은 대기업이 진출하면 당장 밥그릇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면서 하루하루를 근심 걱정으로 살고 있다.

최근 균형발전 지방분권 충북본부가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은 이런 우려를 잘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투자 활성화 대책을 만든다면서 양재 우면 지역의 연구개발 집적단지를 조성하고, 고양에 K-컬처벨리 조성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는 명백한 수도권 특혜다.

어수선한 틈을 타 알게 모르게 충북 지역경제에 큰 위기가 넘실대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영충호의 지역정치와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지만, 위기시대에 희망과 빛이 될 지역 리더십은 불만스럽게도 보이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다.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무상급식비 분담을 둘러싼 대립이 4.13 총선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라지기는 했지만, 양 수장 누구로부터도 그동안 심려를 끼쳐 죄송했다고 하는 말을 듣지 못했다.

도민이 낸 세금이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행세를 해놓고도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화합의 자리를 만든다는 소식만 들렸다.

신한은행이 지역에 연수원을 지으면서 지역업체를 참여시키겠다고 약속해놓고도 지키지 않는 데 대해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한 충북도는 투자협약서가 언론에 공개되자 엉뚱한 공무원들만 족쳐댔다.

청주시는 2년 넘게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청주시노인전문병원 문제를 위탁업체에만 맡겨두는 모양새다.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고 해서 농성장을 짓부수고, 멀쩡한 공원입구에 철제 담장을 치면서 앙갚음을 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듣고, 지역사회의 의견도 꾸준히 들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

위기의 시대다. 그만큼 진정한 지역 리더십이 그리워진다. 대통령과 정부, 정치에 상처를 받더라도 가까이에 있는 도지사, 도교육감, 시장, 지방의회 의원들로부터 그저 ‘힘내시라. 제가 열심히 하겠다’라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얼마전 청주시의회 의원이 운전하다가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치고 뺑소니를 쳤다가 입건된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그 의원은 맨정신으로 운전했을까’가 지역의 화두다. 지금은 오히려 시민들이 지역의 리더들을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