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지원금의 두 얼굴
문화예술 지원금의 두 얼굴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6.02.14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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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3팀장(부장)

연초면 분야마다 새해 설계에 분주하지만 유독 바빠지는 곳이 있다. 예술 관련기관과 예술단체, 예술인들이다. 1월과 2월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예술지원 사업이 공모를 시작해 선정까지 대부분 마무리 짓기에 시기를 놓치면 일 년 후를 기약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술이 돈을 버는 일과 무관하고 보니 지원사업은 문화예술계의 일 년 농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원을 통해 예술인들은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예술단체는 다양한 교류를 통해 풍성한 지역예술의 꽃을 피우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업을 공모하고 어떤 사업을 선정하느냐에 따라 지역문화예술의 변화와 결실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문화예술계의 중요한 미래지표가 되기도 한다.

충북도 2016년 문화예술 농사에 첫발을 내디뎠다. 충북의 문화예술기금을 집행하고 있는 충북문화재단은 공모를 마치고 사업자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창립 5년차를 맞은 재단 측은 올해 총 90억 원의 지원금으로 지역예술인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개인이나 단체에 최소 몇백만 원에서부터 몇억 원까지 지원금을 배분함으로써 충북문화예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도와는 별도로 각 시군에서도 지역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으니 가난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예술인들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지원금 확대를 통해 우리 사회 속에 차지하는 문화예술의 비중도 확인할 수 있다. 7~80년대 경제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삶의 질을 생각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다른 분야나 타 시도와 비교해 재정적으로 열악했던 지역문화예술정책이 문화산업으로 인지하게 되면서 지자체의 예산도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지원사업이 다양해지고 지원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고령화된 지역예술계에 젊은 예술인들로 수혈하고, 예술인의 역량을 높여 지역문화예술을 발전시킨다는 긍정적인 평가 뒤에는 돈에 길드는 예술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상존해 있다.

특히 예술활동이 지원금과 밀접해지면서 자본예술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원금 없이는 자발적인 무대가 올려지지 않고, 지원금에 딱 맞는 무대만 보여주고,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한 기획으로만 치우치는 풍토가 이젠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인들 자신도 지원금에 부합한 예술활동이 지속되면서 지역 예술의 하향평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평가이고 보면 지원이 늘었다고 무조건 반가워할 일만은 아닌 듯싶다.

예술과 예산의 적정선에 중도는 없겠지만, 세금을 잘 쓰는 일 못지않게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대로라면 매번 비슷한 작품을 만나야 하는 관람객들로부터 지원의 불필요성이 터져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예산 집행 측은 다수에게 혜택을 주는 기존 방식보다 차별화된 지원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함으로써 예술의 품격을 높이고, 예술인은 책무감을 갖고 지원사업에 임해야 한다.

단순히 자신의 작품을 발표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탐구한 예술세계를 새롭게 창조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각오로 말이다. 그것이 지원금에 매몰되지 않고 진정한 예술가로 빛날 수 있는 예술정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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