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충북교육을 다시 생각한다
  • 엄경철 기자
  • 승인 2016.02.03 20: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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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엄경철 취재1팀장(부국장)

말 많고 탈 많았던 무상급식 분담비율 갈등이 타결됐다.

충북교육이 지자체와 이번처럼 첨예하게 대립한 적이 있었나 싶다. 지자체와의 갈등 대립이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그때마다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조용하면서 차분히 교육가족들의 주장을 관철했다.

대천임해수련원 건립이 그랬고, 학교시설 수도요금 감면이 그랬다. 충북도교육청이 지방의회, 지자체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안들이었다.

90년대 말 도교육청은 충남 대천해수욕장에 땅을 마련하고 수련원 건립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수련원 건립을 위한 땅 매입을 승인했던 도의회가 건물을 짓기 위한 예산을 삭감한 것이다. 자금 역외 유출, 지역수련시설 운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이유였다.

바다가 없는 내륙도시 충북 사람들은 자녀와 함께 바닷가를 찾았다. 학교에서도 해양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역의 꿈나무들에게 대양의 기질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충북 학생들이 바닷가 체험을 하려면 머무를 곳이 없었다. 다른 지역 교육청의 수련시설을 빌려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귀한 자식들을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게 한 셈이다. 보다 못해 지역교육청이 없는 살림에 300억원이라는 건축비를 편성했다. 우리 아이들의 기를 살리고 당당하게 해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지역정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도의회는 궁색한 이유로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

그래도 교육청은 진득하게 도의회를 설득했다. 도저히 설득이 안 될 것 같았던 도의회가 결국 예산을 심의 의결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대천 임해수련원이 문을 열자 충북 사람들이 몰렸다.

2000년대 중반 청주시와 학교시설 수도요금 감면문제가 풀리지 않았다. 교육청은 오랫동안 학교 수도요금 감면을 청주시에 요구했다. 이 사안은 도내 전 지자체가 해당했다. 당시 학교에서 매달 수도요금으로 지출하는 경비가 100만원에서 1000만원에 이르렀다. 규모가 큰 학교는 수도요금 부담이 컸다. 그만큼 학교 예산을 줄여야 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주시를 먼저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상수도사업에서 흑자를 내고도 이를 거부했다. 교육청의 청주시 설득작업은 수년 동안 계속됐다.

시가 꿈쩍도 하지 않자 교육청은 청주시의회를 통해 해결방안을 찾았다. 주민 청원을 위해 수만 명의 학부모 서명부를 전달했다. 그래도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최후의 수단은 해당 조례 개정을 위한 의원 발의였다.

결국 청주시내 전 학교에 20%의 수도요금 감면 혜택이 주어졌다. 이 일을 성사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사람들은 교육청 전체 직원이 아니었다. 적극 나선 공직자는 몇 명에 불과했다. 그들은 진정성을 가지고 신중하고 세밀하게 접근했다. 청주시 감면 혜택으로 도내 전 지자체가 학교시설 수도요금을 감면했다. 당시 전 학교가 한 해에 30여억원의 감면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번 무상급식은 도교육청의 완패였다. 지자체와 꼬인 사안을 슬기롭게 풀어갔던 충북교육의 모습은 없었다. 불필요한 에너지만 낭비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충북교육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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雲海 2016-02-03 22:35:07
매우 적절한 지적이요, 문제제기라 할 것이다. 오늘의 충북교육청을 보면 오직 오기와 아집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충북도와의 감정싸움은 전혀 사태해결에 도움이 안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볼모로 억지 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엄국장님이 사례를 든 것처럼 과거의 도교육청은 끈기와 인내로 설득을 하면서 소통을 통해 해결을 했는데 지금은 소통은 커녕 대화도 통하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