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이대로 안 된다
누리과정, 이대로 안 된다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6.01.26 20: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 임성재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난리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어느 나라나 큰 문제다. 중국 같은 나라도 한 자녀 정책을 포기하고 아이 낳기를 장려하고 나섰다. 우리나라에서도 출산장려금을 지급한다든지, 산후조리원 비용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고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 젊은 부부들에게 아이를 낳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냐고 물으면 단연 교육비 부담이라고 말한다. 결혼을 했으니 어떻게든 하나는 키워보겠는데 둘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니 3세부터 5세까지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누리과정 사업은 복지모범생이라는 평가뿐만 아니라 출산율을 높이는데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 왔다.

그런데 이 누리과정 사업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이유는 누리과정 예산집행을 두고 중앙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보육대란이 일어날 거라는 예상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세워 집행하라는 입장이고,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중앙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2016년 예산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 2016년 교육교부금을 다 지원했는데도 누리과정 예산을 세우지 않는 시·도교육감들을 무책임하다고 질타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시·도교육감들이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누리과정이 진행되어온 과정 속에 답이 들어있다.

누리과정 사업은 2012년 3월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부모의 소득과 관계없이 만 5세 어린이에게 월 20만원의 보육료를 지원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은 0~5세까지 무상보육 공약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누리과정을 3~5세로 확대했다. 그런데 재원이 문제였다. 누리과정 이전에는 유치원은 교육재정(교육청)에서, 어린이집은 국고(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담당했는데 누리과정이 시작되면서 부터는 두 예산을 통합해 각 시·도교육청에서 맡았다. 그리고 그 재원은 중앙정부가 내려 보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예산규모와 관계없이 중앙정부가 거두는 내국세의 20.27%로 정해져있다. 누리과정이 시작될 당시 정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해마다 약 3조원씩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여 해마다 증가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2013년부터 정부가 예상한 만큼 교육교부금이 늘어나지 않았고 심지어는 줄어드는 현상을 보였다. 내수부진과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감세정책으로 내국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면서 3~5세까지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떠안은 각 시·도교육청의 채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2012년 9조원이었던 전국 시·도교육청의 채무가 2015년에는 17조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시·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을 맞추기 위해 학교운영비와 각급 기관운영비를 대폭 삭감하고, 기간제 교사를 감원하는 등의 무리한 예산 삭감에 나서야 했다. 그래서 각 시·도교육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하기 위해서는 의무교육인 유치원, 초, 중등교육을 포기해야할 상황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5일 열린 충북도의회 임시회에서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도의원들은 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라고 교육감을 윽박질렀고 교육감은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누리과정 예산을 세울 수 없다고 팽팽히 맞섰다. 금년도 1, 2월분 누리예산은 충북도가 긴급하게 편성해서 막았지만 2개월 후의 대책은 없다. 이런 상황인데도 새누리당이 절대다수를 점하고 있는 충북도의회는 대통령과 중앙정부 편들기에만 급급하여 도교육청만 몰아 부치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누리예산의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방법이 있다면 이번 20대 총선에서 누리예산문제를 쟁점 공약으로 만들어 각 정당들이 당론을 정하게 하고 국민이 심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국으로는 이렇게 풀기도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도의회와 도교육청, 충북도는 서로 자기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머리를 맞대고 누리예산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충북도의 어린이들이 보육지원 예산이 끊겨 어린이집을 포기하는 사태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