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더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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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6.01.18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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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요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가면 지난해까지 자주 못 보던 인물들을 접하게 된다.

오는 4.13 국회의원 선거 출마할 예비 후보들이다. 현재 예비후보 등록을 한 사람들은 명함을 돌리며 자신을 알리는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은 인지도를 높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행사장을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들 중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인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다가 선거 때만 되면 어디선가에서 나타나 웃으며 접근하는 사람들. 뭔가 보여준 것도 없으면서 때만 되면 선거판에 얼굴을 내밀고 기회만 엿보는 사람들. 그들을 ‘정치 꼴불견’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식성을 가리지 않고 먹으려 한다. 지방선거나 총선이나 구분을 하지 않는다. 왜 국회의원이 되려는지, 왜 시장·군수가 되려는지 고민을 하지 않는다. 시장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 지,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되는 지는 나중 일이다.

둘째, 평소엔 지역 주민들과 거의 조우가 없다가 선거가 임박해서 나타난다. 예를 들면 자치단체장 경선에서 떨어지고 다시 몇 년간 외지에서 감감무소식으로 있다가 다시 총선 때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2년 주기로 열리니 어김없이 2년에 한 번씩은 모습을 나타낸다. 주변 사람 중에 무려 30여 년 동안 선거판을 떠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주로 총선에 모습을 비췄는데 얼마 전부터는 자치단체장 선거에도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셋째, 지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출마할 선거구에서 떠나 있거나 사는 것과 관계없이 그들은 대부분 인색하다. 복지 확대, 무상 급식 등을 외치면서 자신은 정작 어디 경로당이나 독거 노인들을 위해 연탄 100장, 난방유 한 드럼을 갖다줘 본 적이 없다. 먹고살기 어렵다면 이해를 하겠지만 천만에. 대부분 직업을 보면 화려하다. 장·차관을 지내거나 기관장 등 고위 공무원, 검·판사에다 변호사, 의사 등의 훌륭한 명함의 소유자들인데도 기부 실적은 눈곱만큼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어쩌다 선거를 앞두고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도 있을 만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이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우린 봉사나 기부 따위와는 거리가 멀어”

나다니얼 호손(Nathaniel Hawthorne, 1804~1864)의 단편 소설 ‘큰 바위 얼굴’에 개더골드(Gathergold)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주인공 어니스트가 미래의 마을 영도자의 모습이라고 믿어 온 큰 바위 얼굴의 현신이라고 기대하고 처음 만난 인물이다.

그는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타고 돈을 뿌리며 등장, 마을 주민 모두가 큰 바위 얼굴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어니스트에게 그는 말 그대로 돈(Gold)만 긁어모으는(Gather) 탐욕스런 인물에 지나지 않았다. 이후 등장한 장군은 자비심이 없고 지혜롭지 못했으며, 연설가는 세 치 혀로 군중을 움직이는 달변가에 불과했다. 코앞에 다가온 선거, 개더골드 정도는 가려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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