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것
천안시가 쉽게 따라갈 수 없는 것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6.01.12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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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내포)

천안시가 올해 허가민원과를 신설한 건 늦은 감은 있지만 크게 반길 일이다. 소위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많은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의지다. 공장 설립 인허가, 개발행위 허가, 농지·산지전용 허가 업무 등을 허가민원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전국 기초지자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인허가 민원처리를 해 민원인 불편을 덜고 복합민원 원스톱 상담으로 기업 편의를 최대한 돕겠다”고 했다.

그런데 민원처리를 빨리해주고 규제를 줄이는 정량적 지표도 중요하지만 천안시는 민원서비스 질(質) 등 정성적 지표 향상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전국규제지도’를 보고서 하는 말이다.

대한상의는 2014년부터 연 1회 전국 228개 시·군의 기업환경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말에 두 번 발표했다. 규제관련 지표를 분석한 ‘경제활동 친화성’과 기업의 주관적 만족도를 나타내는 ‘기업 체감도’를 각각 전체 순위를 매기고 S·A·B·C·D 등 5개 등급으로 나눈다.

천안시는 기뻐할 수준이 못 된다. 경제활동 친화성은 남들과 비슷한 A등급이나 기업 체감도는 B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남 15개 시군에서 기업이 좀 많다는 세 지역(천안·아산·서산)만 기업 체감도가 B였다. 뭔가 역(逆)으로 간다는 느낌이다. 천안시는 132등(2014년) 163등(2015년), 아산시 129등(2014년) 126등(2015년). 2년 연속 전국 절반 안에도 못 들었다.

기업 체감도는 “천안시는 규제가 합리적이냐, 행정시스템이 원활하냐, 공무원은 친절하냐” 등을 기업 관계자에게 물어본 결과다. 지표는 규제합리성, 행정시스템, 행정행태, 공무원 평가, 규제개선 의지 등 정성적 요소다. 천안은 지난해 모든 항목에서 평균점 미달이다. 특히 행정행태(177등)와 규제개선 의지(189등)는 C등급이다. 전년보다 등급이 떨어졌다.

충남에서 유일하게 부여군이 경제활동 친화성, 기업 체감도 부문 모두 S등급을 받았다. 부여는 지난해 조례·규칙의 420여 개 규제를 일일이 조사해 100건을 개선했다. 기업 체감도를 높인 두 제도가 눈에 띈다. 기업과 공무원을 1대 1로 연결해 관리하는 ‘1사(社) 1분담제’. 접수된 기업 불만을 끝까지 전담 해결하는 ‘기업애로 전담책임제’도 만들었다.

올해 기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은 강원도 영월이었다. 영월군은 기업체감도, 경제활동친화성 2연속 S등급이다.

관내 110여 곳 기업의 인허가 및 민원지원을 6명의 공무원이 전담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전담공무원이 정해져 있어 점심때나 일과 후도 휴대전화로 상담할 수 있다”며 “이런 게 핫라인, 원스톱 서비스”라고 칭찬했다. 연구시설과 교육시설 유치를 위해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주민 반대가 심한 시멘트공장 건립, 군유림 사용 등을 중재해 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2014년 기업체감도 1위였던 경기도 양평군은 규제개선 의지, 공무원 평가가 전국 최고다. 기업 현장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듣고 함께 처리방안 찾고 사후 관리까지 해준다. “민원 넣으면 지체없이 그 결과를 알려주는 등 공무원의 적극적 자세가 인상적”이라는 평이다. 한 달 동안 매주 90분씩 민원담당 공무원 친절마인드 향상 집중교육을 실시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부여·영월·양평군의 대(對)기업서비스는 천안시가 허가민원과 만든 것만으로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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