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안녕들 하십니까
2015년, 안녕들 하십니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12.27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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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연지민 취재 3팀장(부장)

세밑에 돌아보니 2015년 대한민국은 바쁘게 달려왔다. 아니 정신없이 달려왔다고 해야 맞을 듯싶다. 그럼에도, 바쁘기만 바빴지 어느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다. 서민들에게 가장 피부에 와 닿는 정치 경제 분야부터 해법을 찾지 못하고 답답하게 보냈다. 정치권의 말 한마디에 여론이 우왕좌왕 안갯속을 헤매었으니 강퍅해진 삶을 버텨내야 하는 국민에겐 참으로 길디 긴 한해였다.

정치 경제의 난맥상이 유난히 깊어진 올해는 각 분야에서 순탄치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정도가 사라진 정치권은 일방통행식으로 달려왔고, 가정경제까지 흔들어대는 세계 경제의 금리 파고는 세밑 한파로 이어지며 불안을 안겨주었다.

그런가 하면 경제발전이라는 말에 앞만 보고 달려왔던 노인 세대들은 불안한 미래로 열악한 노동현장으로 내몰렸고,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청년들은 일할 곳이 없어 아르바이트로 인턴으로 전전긍긍하며 시간을 보냈다.

30~50대 중년층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옆을 돌아볼 새도 없이 1인 다역의 일을 해내야 하는 직장인들도 명퇴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소상공 자영업자들의 숱한 개업과 폐업은 불황의 그늘만 확인해줄 뿐이다.

노년과 청장년층 문제로도 버거운데 무상급식과 영유아 보육 문제가 대두하면서 어린이 문제까지 여론이 들끓었으니, 전 세대가 아우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고도 세밑에 또다시 불어닥치는 명퇴 칼바람은 30대 청춘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하니 ‘밤새 안녕들 하십니까’가 인사다. 연말 모임에서 걱정과 우려의 말이 빠지지 않는 메뉴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심리적 불안의 정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반영하듯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이다. 사자성어 2위는 겉은 옳으나 속은 다르다는 의미의 사시이비(似是而非)가 올랐고, 3위는 연못의 물을 모두 파내어 고기를 잡는다는 갈택이어(竭澤而漁)가 선정됐다. 조금씩 의미는 다르지만 힘든 1년의 여정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1위를 차지한 혼용무도를 곱씹어보면 올해 대한민국의 민낯이 보인다.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이 사자성어의 의미처럼 정치로 촉발되어 사회문제로 발화된 우리 안의 다양한 문제는 극과 극의 대립 속에서 길을 잃었다.

각자 자신의 목소리만 높이고, 서슴없는 폭력이 등장하고,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갈등만 표출했다. 반대를 위한 반대가 계층을 갈라놓고, 합리적인 토론이나 논의의 장도 없이 괴상한 논리만 키운 채 타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는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비록 갈등과 반목이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라 할지라도 분명히 올 한해는 지나친 균형감각의 상실로 또 많은 것을 잃었던 한해였다.

사자성어 못지않게 한국 사회를 관통했던 말로 헬조선과 금수저를 꼽을 수 있다. 출구없는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대변하고 있는 헬조선과 개인의 능력보다 출신 배경이 성공을 좌우한다는 금수저론은 극단적인 자본주의의 씁쓸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더구나 금수저는 은수저, 흙수저로 진화하며 불평등한 계층 간 관계를 나타내는 보통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언어의 기저에 흐르는 극단적 자본주의와 민심의 향배도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다. 

사회 곳곳에서 돌출된 문제는 그러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2016년을 향하고 있다. 또렷한 해결점을 찾기 어렵겠지만, 오늘 같지 않은 내일을 되풀이 되지 않게하기 위해서라도 사회 문제가 우리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깊이 숙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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