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충북도의회 예산심의
도 넘은 충북도의회 예산심의
  • 임성재<칼럼니스트>
  • 승인 2015.12.0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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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 임성재

충북도의회 상임위원회가 충북도와 충북도교육청의 2016년도 예산을 무차별적으로 삭감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예산액이 두 기관을 합해 역대 최대 규모인 820억 원이 넘었다. 그 내용을 보면 정상적인 예산심의라고 보기에 민망할 정도다.

충북도의회는 지난해에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추태를 보였었다. ‘아랑곳하지 않고 삭감해야할 사업’을 적은 쪽지가 의원들 간에 돌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바람에 호된 비판을 받고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었는데 올해는 작심을 하고 실행에 옮긴듯하다.

충북도 예산 중에는 충북개발공사 출자금 150억 원 전액을 비롯해 무예마스터스 예산 16억 원, 영동에서 단양을 운행하는 충북 종단열차 예산 16억 원, 오송전시관 건립 타당성조사 예산 2억 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그 밖에 순수예술단체인 민예총 예산은 사업비의 70%를 삭감했고 충북NGO센터의 사업비는 전액을 삭감하는 등 총액으로는 279억 원에 달했다.

행정 분야는 대부분 도지사의 역점사업예산이 해당됐고, 민간분야는 민예총과 충북NGO센터 예산 삭감이 대표적인데 삭감의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하기가 힘이 든다.

충북NGO센터의 사업비 전액삭감은 형평성 차원이었다고 하는데 인건비 예산은 세워놓고 사업비를 전액 삭감하면 결국 월급만 받고 가만히 앉아 있으라는 꼴이다.

또 민예총 사업비는 일회성, 전시성 행사라 삭감했다는데 20년 넘게 꾸준히 지속해온 예술 활동이 일회성이라니 그들의 안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도보조금 횡령사건이 벌어진 충북예총의 예산은 손도 대지 않은 것으로 보아서는 예산심의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도교육청 예산은 인건비 200억 원을 비롯해 유치원 누리과정예산 297억 원 등 542억 원을 삭감했다. 삭감한 예산액의 규모도 유례없는 일이지만 인건비를 대폭 삭감한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폭거다. 인건비는 인력의 규모와 호봉승급이나 임금인상분을 고려해서 예산을 책정하는데 200억 원이나 삭감하고 한다는 말이 ‘인건비가 부족하게 되면 새누리당 위원 모두가 (교육위)사퇴하겠다’고 했다니 그들에게 도의원으로서의 양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유치원 누리과정예산 65%에 해당하는 297억 원을 삭감해서 예비비로 강제 조정했다. 누리예산은 중앙정부가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도교육청의 재정을 파탄내고 있는데도 중앙정부에는 한마디도 못하면서 도교육청만 윽박지르는 꼴이다. 거기에다 교육감의 중점사업이고 도민들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는 혁신학교 관련 예산과 쥐꼬리만 한 공공도서관 자료확충비 예산 전액을 삭감하는 등의 행태는 교육의 본질을 생각하기보다는 진보교육감을 흔들기 위한 예산심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10대 충북도의회는 출범 초기부터 도민의 지탄을 받아왔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 등 도의회직을 독식하는 초유의 사태를 시작으로 의원의 재량사업비 폐지를 도의정비 인상조건으로 내세워 전국에서 최대인상률로 도의정비를 인상했다. 그러면서도 회기일수나 조례 제정 등의 도의회 활동은 9대 도의회만도 못한 내용을 보였다. 그 뿐만 아니라 무상급식을 둘러싼 충북도와 도교육청간의 갈등을 중재하기는커녕 헛다리만 짚는 무능력한 의회의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런 도의회가 자신들의 체면치레를 위해서는 충북도가 절차를 무시하고 세운 도의회 독립청사 예산 155억 원을 무사통과시키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번 도의회 예산심의는 새누리당 소속 도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마다 수적 우위를 내세워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내년도 총선을 겨냥해 도정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고, 도의정비 인상과 맞바꾼 재량사업비를 부활시키려는 의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도의회가 이런 꼼수를 갖고 예산놀음을 하는 것이라면 도민들의 무서운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제 남은 예산결산위원회와 본회의에서라도 도의회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공정하게 예산심의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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