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테러 방지법 다룰 때
이젠 테러 방지법 다룰 때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1.16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이젠 더 이상은 영화 속의 일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내게 생면부지의 사람이 바로 옆에서 폭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한다. 극장에서 공연을 보다가 어딘지도 모르게 날아온 총알에 목숨을 잃는다. 몇 년 전엔 빌딩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비행기가 폭탄으로 변해 건물 외벽을 들이받고 나와 동료의 목숨을 앗아가 버렸다. 영화가 아니다.

엊그제 프랑스에서 또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극장에서, 카페에서, 식당에서 또 수백 명의 고귀한 인명이 살상을 당했다. 8만명이 모여 있던 축구 경기장에서의 테러가 불발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놀랍고도 궁금한 것은 도심 한복판에서 어떻게 AK47 같은 인명 살상용 자동 소총이 버젓이 등장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강도로 총기를 규제하는 나라 아닌가.

이번 테러가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도심에 기관총을 든 테러범이 출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아직 외신은 자세한 이유를 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추측은 가능하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이 테러에 이미 난민을 가장한 시리아계 추정 인물이 가담했던 사실을 밝혔다. 프랑스 국적을 갖고 프랑스에서 살던 인물들이 테러를 주도한 사실도 드러났다.

나라 안팎에서 구멍이 뚫린 것이다.

공교롭게 이번 테러는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일정과 겹쳐 발생했다. 회의는 내내 추도 분위기 속에 진행되고 있다. 각국 정상이 강력한 응징과 테러 척결에 한목소리를 냈음은 물론이다.

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역시 테러 척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테러에 대해 “프랑스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며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의 테러 척결 노력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 테러사태 이후 국내 언론들이 일제히 우리나라 정부의 대테러 방지법 부재를 기사화하고 나섰다. 그동안 국외에서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등장했던 기사들이지만 이번엔 더욱 심각한 논조다.

한국을 더는 테러 안전지대로 인식하지 않고 있는 시각이 기사 내용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UN이 테러 대응 관련 법을 만들 것을 권고할 정도로 테러 위험 국가군에 속해있다. 이미 한국은 다문화 사회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100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거주해 국적을 취득했거나 취업 비자로 체류 중이다. 이슬람 종교권 국가 출신 외국인도 부지기수다.

IS나 알 카에다 등 극렬 무장 이슬람주의 단체는 이미 김선일씨 사례를 보듯 한국을 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음은 물론이다.

그러면 우리 정부의 테러 대응 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을까. 심각하게도 전혀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 대형 테러 발생 시 사태를 종합 지휘할 컨트롤타워나 테러 정보를 사전에 입수하고 테러를 예방할 전담 부서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다행인 건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야당이 인권 침해를 우려해 계류 중인 상태이긴 하지만 파리 테러를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와 버렸다. 이번 기회에 여야가 적절·타당한 합의점을 찾아 속히 법안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