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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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11.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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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이재경 국장(천안)

국내 음반업계에 갑자기 클래식 열풍이 불어닥쳤다. 지난 6일 전 세계에서 동시에 발매된 2015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 앨범 때문이다.

이 음반은 발매 당일 국내 음반 차트에서 일반 대중가요들을 모두 밀어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음반 업계가 놀란 것은 당연하다.

이 앨범을 단독 출시한 음반 판매점에는 이른 아침부터 인파가 장사진을 이뤘다. 평소 개점시간을 3시간이나 앞당겼는데도 10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려서 음반을 샀다.

음반 유통사는 입술이 귀에 걸릴 정도로 희색이다. 유통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클래식 음반을 사려고 줄서기를 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유통사에 따르면 이 음반의 국내 첫 출시 물량은 3만장으로 부산, 대구, 춘천 등 지방에서도 초도 주문량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히트를 치고 있다.

이 앨범의 주인공은 21세의 한국산 토종 피아니스트 조성진이다.

그는 지난달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 결승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최정상에 올랐다. 1927년 처음 시작된 이 대회는 5년마다 열리는 이른바 클래식 음악계의 ‘올림픽’이다. 여기에서 당당히 정상에 올랐다.

“모든 음표를 선명하고 깨끗하게 들려주는 부러운 능력의 소유자”, “모든 음을 제어하는 연주자”, “쇼팽을 이해한 명연주” 등의 찬사가 심사위원들로부터 쏟아졌다.

대회가 끝난 후 사흘간 열린 갈라 콘서트의 주인공은 단연 조성진이었다. 공연장에서 ‘젊은 쇼팽’을 마주하게 된 청중은 이 연주가에게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하고 열광했다.

조성진이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면서 그의 이력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음악을 전혀 모르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세계 무대 정상에 올랐다.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전업 주부를 부모로 둔 그는 한 기업의 영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가정 형편상 어린 시절 외국 명문 음악 학교로의 유학은 꿈도 못 꿨다. 이번 콘서트를 앞두고 50년이 넘은 낡은 보급형 피아노를 빌려서 연습했을 정도다.

조성진은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국내 음악계에 이름을 처음 알렸다. 만 11세 때다.

이 콘서트는 금호그룹이 설립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1998년부터 국내 음악 영재 발굴을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심사 과정이 엄격하다. 오디션 응시자에게 자신이 사사한 스승의 이름을 모두 적어내게 하는데 재단 측은 응시자와 사제지간인 심사위원의 이름이 발견되면 심사위원 명단에서 제외한다. 나중에 합격자의 스승이 심사위원이었던 사실이 밝혀지면 무조건 합격을 취소해버린다. 한마디로 백이 통하지 않는 것이다.

재단은 오로지 실력만 보고 영재를 발굴했고 후원했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이유다. 재단은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이 프로그램 출신 음악가의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조성진 외에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영(20), 2006년 리즈 콩쿠르 1위 김선욱(27), 2009년 워싱턴 국제 콩쿠르 1위 조가현(32) 등 무려 1000여명이 이 프로그램을 거쳐 국내외에서 활동 중이다. 이런 ‘등용문’을 만들어준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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