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 도지사와 치수(治水)
잠룡 도지사와 치수(治水)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11.03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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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요즘 외부에서 충남도 행정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일이 잦아졌다. 충남도가 초유의 물부족 사태를 맞아 안희정 도지사를 비롯한 도와 해당 시·군 공무원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상황에도 정치적 해석은 난무한다.

비가 예년의 반 밖에 오지 않아 도민 전체가 ‘물과의 전쟁’으로 바짝 긴장하고 있는데 곳곳에서 헛김 빠지는 소리를 내고 있다. 안 지사와 충남도의 가뭄 대책에 대해 묘한 해석이 가해진다. 물타기인지 물붓기인지.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 물을 대는 보령댐 저수량이 20%대로 떨어지자 금강수계의 물을 끌어당기는 도수관로를 파기로 했다. 이 일은 정부도 시급성을 공감해 행정절차도 생략한 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이 빗장 지르듯 치고 들어왔다. 물을 끌어오는 곳이 이른바 4대강 사업에 의해 건설된 금강 백제보이니 안 지사가 극력 반대한 사업의 덕을 보는 것 아니냐, 모순된 일이 아니냐는 비판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모르겠다. 도지사가 4대강 사업을 반대했으니 충남도는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된 금강 물을 쓰지 말라는 소리인지. 도지사 때문에 도민들도 목이 타도 참아야 한다는 건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어떤 이는 안 지사에게 4대강 사업 혜택을 보게 됐으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사과하라는 주문까지 했다. 도민들 쓸 물이 없어 강물 좀 쓰려는데 사과가 그리 중요한가. 물 부족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아 내년엔 어떤 비상조치를 취해져야 할지 모르는 이 순간에 나올 소리냐.

한 보수 중앙지는 지난달 26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내년 예산안에서 안 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차기 대선주자들을 위한 예산을 집중 편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밀어주기’ 예산에 가뭄 해갈을 위한 금강 백제보~보령댐 도수관로(21㎞) 건설 사업 625억원까지 거론했다. 이 신문은 “애초 정부 계획보다 예산을 늘려주거나, 지자체 예산으로 쓸 돈을 국고에서 지원하는 방안 등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충남 8개 시군 주민들이 끝이 보이지 않은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데 도비, 국비부터 따지고 있으니 씁쓸하다.

왜 너나없이 정치적 잣대를 충남도정에 들이대는 걸까. 이유는 한가지다. 안희정 도지사가 유력한 차기 야권 대권주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 지사는 자신이 대권야망이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언론에 노출될 기회가 오면 항상 국정에 대한 견해를 피력해 대권주자임을 온 국민에게 알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충남도청 기자간담회만도 그렇다. “가뭄에 속 타는 주민들 마음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는 당부가 간담회 개최의 핵심이었지만 국정 현안 관련 멘트도 빠뜨리지 않았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꼬집었다. 안 지사는 “일방통행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대통령이 박력있게 밀어붙이는 게 리더십은 아니다”며 “야당과 대화하는 게 협상과 타협이다. 양보 조정안 내고 타협하면 얼마나 좋으냐. 이런 문제로 국민들에게 스트레스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언론은 가뭄 얘기는 몽땅 빼고, 안 지사의 국정 비판만 보도하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지사는 선거로 뽑혔으니 엄연한 정치인이다. 또 자타가 인정하는 대권주자이니 충남도정이 대권가도와 연결되는 걸 막을 순 없다. 그렇지만 지금은 물 문제가 중차대하다. 태고 적엔 물(治水)만 잘 다스려도 왕이 되던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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