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문을 열며
9월의 문을 열며
  •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 승인 2015.08.31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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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기원 <편집위원·청주대 겸임교수>

어느덧 9월 1일이다.

메르스와 살인더위로 고통 받고, 남북대치로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가을의 문을 여는 9월이 축복처럼 찾아왔다.

9월의 초가을 햇살은 들판의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한다.

뿐만 아니라 산천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가 곱게 피어나고, 나목들이 하나 둘씩 단풍이 드는 9월은 분명 축복이다.

또한 정든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고, 기러기들이 떼 지어 돌아오는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달이기도 하다.

아무튼 9월 1일 오늘은 1년 중 3/4분기의 마지막 달이 시작되는 날이며, 내년도 예산을 심의, 확정하고 국정감사를 벌이는 정기국회가 개회되는 날이다.

9월은 가을걷이를 해야 할 농사일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마다 금년도에 계획했던 일들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양해야 되는 달이며, 내년도 계획과 살림살이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매우 바쁜 달이기도 하다.

9월하면 잊지 못할 2건의 역사적 사건이 있다. 88서울올림픽과 미국의 9.11테러가 바로 그것이다.

1988년 9월 17일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이 개최되었다. 대한민국은 한 단계 더 성숙해졌고, 인류는 평화와 희망을 노래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시의 101층짜리 세계무역센터(WTC)가 비행기 자폭테러로 폭삭 주저앉았고, 미국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이 공격당했다. 이른바 상상을 초월한 9.11테러로 미국은 물론 지구촌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아직도 이와 같은 평화와 전쟁, 화해와 테러의 상반된 질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머리위에 화약고를 지고 있는 대한민국은 말할 것도 없다.

불과 일주일 전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북한과 극적으로 화해를 해 군사충돌은 일단 면했으나 정제되지 못한 김정은이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니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바야흐로 9월은 이벤트의 달이자, 축제의 달이다.

충북을 보자.

9월 16일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막되고, 9월 18일엔 세계 24개국 264개 기업과 단체가 참여하는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가 개막된다.

충북도와 청주시가 개최하는 대형국제행사가 이틀 사이로 시작되는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9월 5일엔 ‘청주읍성큰잔캄가 열리고, 9월 12일에는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가 개막되는 등 지자체마다 경쟁하듯 크고 작은 축제를 벌인다.

지자체들이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브랜드가치 창출과 주민들의 자긍심 고취를 위해 벌이는 국제이벤트와 축제를 말릴 수는 없다.

당연히 국제이벤트는 국제이벤트다워야 하고, 지역축제는 지역축제다워야 한다.

수백억 원의 혈세를 쓰는 국제엑스포나 국제비엔날레가 동네잔치로 끝나면 나라망신이고 지역망신이다. 차라리 안함만 못하다.

지역축제도 마찬가지다.

남이 하니까 하는 축제, 우리도 뭔가 해봐야 되는 거 아냐 식의 준비 없고, 철학 없고, 차별화된 비전이 없는 이벤트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자치단체장 생색용이나, 이벤트사만 배불리는 관주도형 축제나 이벤트는 주민의 힘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아무튼 결실의 계절 9월이다.

나태주 시인은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라고 9월을 노래했다.

그렇다. 오곡백과가 9월 햇볕을 가득 머금고 곱게 익어가듯이 개인도 조직도 국가도, 일도 사랑도 꿈도 그렇게 익어가야 한다.

그게 바로 9월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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