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초단
글쓰기 초단
  • 임구확 <청주상당도서관 주무관>
  • 승인 2015.08.16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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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담론(談論)
▲ 임구확 <청주상당도서관 주무관>

며칠전 부터 불안 초조 증세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쓰긴 써야 하겠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두 달에 한번 쓰는 글이지만, 글재주가 없는 나에게는 글자 한자 한자가 소중하다. 세 번째 쓰는 기고문이지만 내 손을 떠나기 전까지는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는 어려운 숙제이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아직 부끄럽고 부족함이 많다. 내일이 마감인데 아직 여기까지 밖에 쓰질 못했다. 주말에 미리미리 써 둘 걸 하는 후회만 한 가득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마음이 급해졌다. 

글이라는 것이 많이 써보고 시간이 지나야 내공이 쌓이는 것이겠지만, 급한 마음에 도서관에서 책을 찾기 시작했다.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살아있는 듯한 표현으로 조르바가 벌떡 튀어 나올 만큼의 글 솜씨를 뽐내게 해줄 것 같은 마음에 서둘러 읽었다.

저자는 유명한 번역가였다. 이 책은 번역 문학을 이야기 하고 있고 원서를 우리 말로 옮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 번역하는 동안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번역가란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하는 직업이 아니다. 오독과 오역의 숙명에서 벗어나야하고, 우리말로 변하게 될 때 흡사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우리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 내 생각을 우리말로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남의 말을 정교하고 섬세하게 표현하는 것도 창작의 연속인 것이다.

좋은 번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은 번역이 목적이 아닌 나의 글쓰기에도 좋은 재료가 되었다. 첫째, 사전과의 싸움이다. 사전의 단어 설명은 개념이해의 길라잡이에 지나지 않지만, 말의 역사·단어의 진화를 볼 수 있다. 둘째, 우리말의 어구와 어절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여러 개의 ‘절’로 이루어진 복문을 명료하게 만들어서 가독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살아있는 표현, 전부터 우리가 써왔고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말을 찾아내는 일이다. 원문의 배후에 숨어 있는 푹 익은 우리말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단어의 사용과 적절한 표현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좋은 글의 요소인 것이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쓰고 싶은 대로 쓰면 초단은 된다고 한다. 이게 제대로 되지 않아 초보자의 입단이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제대로 되려면 되풀이해서 쓴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기만 하면 초단은 된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나는 하지 못할까?’라는 물음에 바로 답이 있었다. 폼 나는 어휘를 고르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제 생각을 비틀다 제 글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생각을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생각나는대로, 말하고 싶은 대로 쓰되 적절한 단어, 복잡하지 않은 명료한 문장, 살아있는 표현을 바탕으로 쓰는 것을 기억하며 한글자 한글자 집중해서 써봐야겠다. 이렇게 쓰다 보면 초단으로 갈 수 있겠지? 초단으로 도달하려는 나의 마음이 여기에서도 절실하게 느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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