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과 일본 사람들은 난식성(暖食性)의 음식을 먹기 때문에 음식의 열기가 식지않는 그릇이 두껍고 깊게 만들어진 것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에 적합한 그릇이 토기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과학적이며 위생적인 그릇이 뚝배기라는 것을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음식문화를 비교해 보면 서양사람들은 냉식성(冷食性)이라서 찬음식을 먹기 때문에 접시를 식기로 많이 쓰고, 인도나 동남아 사람들은 손바닥에 음식을 놓고 손가락으로 집어서 먹기 때문에 식기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탕(湯)식습성으로 끓여 먹는 문화 이어와
그러나 한국인들은 음식을 끓여 먹는 탕(湯)식습성으로 뜨거운 열기가 오래가는 그릇을 찾다보니 작지만 두껍고 속이 깊은 뚝배기를 사용, 그속에 음식을 넣고 뚝배기째 끓여 먹는 문화가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처음 왔던 외국 선교사들이 첫번째 놀라는 것이 한국인들은 펄펄끓는 음식을 뚝배기에 담아서 훌훌 불어가며 '아, 시원하다'고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것이라고 한다.
선교사들은 미개하고 비위생적인 국가로 알았던 한국인들이 음식을 끓여 먹음으로써 세균을 죽이고 숟가락이라는 도구와 젓가락질의 능란함에 또 놀랐다는 뒷얘기가 있다.
특히 한국인이 서양사람들의 '포크'보다 더많이 사용하는 쇠꼬챙이 젓가락으로 콩같은 작고 둥근 것까지 집어 먹는데 관심이 집중됐다는 보고서도 있다고 한다.
'북경에서 온 편지'소설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펄벅'은 한국을 방문하고 뚝배기 문화와 젓가락 문화를 나름대로 분석, 미국으로 돌아가 정치인과 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한국인을 무시하지 말고 주시하라"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펄벅이 본 한국인들은 근면하고 섬세하며 젓가락질의 재주에서 장래 희망을 보았던 것이다.
펄벅의 충고로 한국인의 인식이 달라졌는지는 몰라도 한국은 손재주로 반도체도 만들고 자동차, 선박기술이 세계의 기술을 뛰어 넘어 전쟁의 잿더미에서 세계굴지의 경제대국으로 우뚝서게 된것도 뚝배기와 젓가락 문화가 만든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지금 뚝배기는 찬장 깊숙이 들어가 있고 스테인리스 그릇이 범람하고, 전기냄비며 돌냄비 등이 주방을 차지하고 있어 그옛날 된장뚝배기의 구수한 향을 맛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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