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블랙홀, 이 비정상의 저주가 두려운 이유
유승민 블랙홀, 이 비정상의 저주가 두려운 이유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7.02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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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어느덧 유승민의 거취는 국가적 퍼즐(puzzle)이 됐다. 그가 대통령과 맞장뜨며 자리를 지켜낼 것인지, 아니면 당에 의해 내몰리거나 혹은 스스로 물러날 것인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공당의 일개 원내대표가 이렇듯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유승민을 일거에 스타로 차기 대통령 후보의 반열에까지 올려 놓은 1등 공신은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이다. 꼭 3권 분립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유승민을 찍어내라!”는 통치자로서의 결기는 ‘영원한 동지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정치의 원초적 DNA를 간과한 처사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유승민의 출구는 이미 정해진거나 다름없다. 정권창출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과 여당이 서로 적(敵)이 된다는 건 민주국가 체제에선 불가능하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쿠데타가 아니고서야 이는 상식을 벗어난다. 설령 대통령과 여당이 다투더라도 상호 조율을 거쳐 대안을 내는 게 정상이고 이것이 정치다. 안 그러면 국민들만 피곤해진다. 그러기에 어떤 명분을 들이댄다 한들 국회의원이 아닌 당의 책사(策士) 즉 정부와 여당을 잇는 원내대표로서의 유승민 역할은 일단 실패다.

유승민의 처신은 이랬어야 맞다. 끝까지 대통령과 청와대를 설득하고 이것이 안 되면 직을 내던지는 것이다.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뒷통수를 칠게 아니라 ‘청와대 동지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마지막까지 기울이다가 역할의 자진(自盡)을 선언했다면 그의 몸값는 훨씬 더 올라갔다. 

어쨌든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먼저 숙인다는 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국민들은 국가 통치력의 조기레임덕을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일이 이렇게 커진 상황에서 해법은 역시 상식에 있다. 이미 많은 언론들이 지적했듯 어느정도 명분이 구축되는 적당한 시기에 유승민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다. 한때 둘도없는 정치적 동지였다면 이 정도의 신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것이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본이다.

이번 유승민 파문은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니 두렵기까지 하다. 그 누구든 일단 조직의 리더가 되면 공통적인 현상을 필히 드러낸다. 자신한테 반(反)하는 것에 극도의 알레르기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누적되면 다음 단계는 노여움과 배신감의 분출이다.

소통을 강조하는 사람일 수록 상대의 어깃장에는 오히려 더 민감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러면서 독선과 아집에 빠지다가 종국엔 험한 꼴을 자초한다. ‘권력을 얻으려면 두려움부터 알라’는 금언은 바로 이를 경계하는 말이다. 

과거 성군들이 의도적으로라도 입바른 신하를 한 두명쯤 중용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만약 후세인이나 카다피가 잘 나갈 때 이런 참모를 한명이라도 옆에 뒀다면 그렇게 처참한 최후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명 배신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아버지가 죽자 측근들이 떠나면서 심지어 ‘박정희 지우기’에 동참하는가 하면 본인까지 외면하는 것을 보고 자서전엔 이런 말도 남겼다.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는 일만큼 슬프고 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자신의 분신같다던 김무성, 전여옥, 진영, 유승민이 약속이나 한듯 등을 돌리거나 떠나갔으니 그 상실감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아무리 배신과 협잡이 난무하는 정치판이라지만 최고 측근들이 번번이 보따리를 쌌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그래서 생각나는 게 “누가 당신을 한번 배신했다면 그 사람 탓이지만 두번 배신했다면 당신 탓이다”는 외국 명언이다. 

머리가 비상했다는 아리스토텔레스도 늦게서야 깨우친 것은 다름아닌 배신의 또 다른 정석(?)이다. “불행은 진정한 친구가 아닌 자를 가려준다”는 냉엄함 말이다. 진짜 배신자는 내가 어렵게 되면 눈하나 깜짝않고 떠난다. 

국가 리더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살아있는 권력에서의 어깃장이 아니라, 스러지거나 시들어가는 권력에서의 배신(背信)이다. 당사자의 말로가 추해지기 때문이다. 

결코 정상이라 할 수 없는 유승민 파문이 던지는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결국 그는 자진 사퇴할 것이다. 한 때의 주군을 위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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