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자보다 발견자’가 돼야
문제 ‘해결자보다 발견자’가 돼야
  • 박병찬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6.3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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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찬의 세상읽기
박병찬 <칼럼니스트>

지난 주 동기생 회사에 들렀다. 사전 약속도 있고 해서 잠시 들렀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옆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때마침 직원들이 출타 중이라 동기생이 직접 받았다. 내용으로 봐 협력업체에서 업무관련 자료를 보내라는 내용인 듯했다.

동기생은 전화를 끊고 다른 곳으로 연락을 하더니 관련서류를 찾아 팩스 앞으로 갔다. 10여분이 지난 듯한데 계속 팩스 앞에서 어딘가로 전화를 하면서 분주했다. 뭔가 잘 안 되는 듯했다. 결국 협력업체에 좀 늦겠다고 양해를 구한 후 출타중인 소속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빨리 들어와 업무 처리해야겠다는 얘기였다.

동기생은 멋쩍어하는 표정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하는 말이 ‘팩스 사용이 이렇게 어려운줄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의 직위로 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얘기였다. 조직의 오너로 장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조직이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 그림을 그리며 지시하고 감독하는 일에만 익숙해진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말이다.

오너가 조직의 잡다한 허드렛일로부터 주요 정책사항까지 다 잘 처리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우리 사회문화의 특성이나 인간의 능력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그래서 조직이 클수록 일이 세분화 되어 있고 전문성을 가진 자를 선발 적재적소에 운영한다. 특히 다양한 지식과 기술이 공유하는 지식 정보화 사회, 네트워크시대인 요즘은 더욱 그러하다. 직위에 맞는 일이 있다는 말이다.

정명(定名)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물에는 이름(명분)이 있어야 하고 그에 합당한 역할이 있어야 하는데, 정명이란 이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공자는 ‘군군신신부부자자(郡君臣臣父父子子)’라고 했다.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말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쯤에서 작금의 우리현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여러가지로 참 어려운 때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 모두가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할 처지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특히 지도층 인사나 정치인들의 행태를 보면 그렇다. 최소한 국민 눈에 보이는, 귀에 들리는 모양새가 그렇다. 내 탓은 없고 네 탓만 있으니 말이다. 소 도둑이 바늘 도둑만 탓하는 모양새다.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좌절감을 주는 행태가 아닌가싶다.

이들의 언행을 보면 ‘지향하는 핵심가치가 무엇인지. 존재목적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머릿속에 국가와 국민은 있기나 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남을 비방하고 탓하는 언행도 대부분 자신의 치부(恥部)를 덮기 위한 발악처럼 보여 역겨울 때가 많다. 국가와 국민을 운운하지만 자신과 이해관계자들의 이익만 생각하는 듯 보이니 말이다. 그럴 듯한 말장난이 아니라 단 한 가지라도 국민이 피부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변화 발전된 성과를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남보다 자신의 과오를 먼저 찾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문제 해결자보다 문제 발견자가 성공하는 시대다. 자신은 물론 가정 회사 공공기관 구성원 모두가 그래야 한다. 자신(내부)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아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해당분야에 대한 지식 기술 테크닉보다 문제를 발견하는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사실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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