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09>
궁보무사 <209>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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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놈이 내게 큰소리로 욕했어"
글 리징 이 상 훈 / 그림 김 동 일

4. 가경 처녀의 분노

"아니, 이 계집이 어디서 감히 손찌검을."

옆에 있던 그의 동료와 강치가 크게 화를 내며 가경처녀에게 동시에 덤벼들었다.

그러나 가경처녀는 재빨리 몸을 피하며 그들의 상투를 양손에 각각 움켜잡았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머리를 사정없이 박치기 시킨 후 그대로 밀쳐내 쳐버렸다.

"으아악!"

"아, 아이고! 머리야!"

바닥에 나둥그러진 두 사람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온몸을 바르르 떨어댔다.

가경처녀는 그냥 지나가 버리려다가 얼이 빠진 모습으로 그녀 앞을 떠억 가로막고 있는 사내와 마주쳤다.

"휘어!"

가경처녀는 그에게 명령하듯이 짧게 말했다. 아마도 '피해!'라는 걸 그녀는 '휘여!'라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으으응"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길을 딱 막고 서있던 사내는 갑자기 이상스럽게 전개된 상황을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눈치였다.

"휘어! 안 휘어 자식아"

가경처녀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한쪽 손바닥으로 그의 커다란 낯짝을 냅다 갈겨버렸다.

치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두 콧구멍에서 쌍코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가경처녀는 가볍게 발로 걷어차서 그를 옆으로 쓰러뜨리고 난 다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바쁘게 걸어가 버렸다.

"아이고, 아이고."

"뭐 저런 괴물 같은 계집이 다 있냐"

"아이고 아파!"

그제야 가경처녀에게 얻어맞아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강치 일행이 하나둘씩 일어나며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이상하다 우리가 여기저기 얻어터지고 다녀서 이토록 약해졌는가 어떻게 저런 계집애한테 당할 수가 있어"

"그러게 말이야."

"아휴! 내 팔을 어찌나 세게 꺾어놨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겠네."

이때 그들 중 어느 누가 두 손으로 손나팔 모양을 해가지고 방금 가경처녀가 지나갔던 방향을 향해 큰소리로 악다구니를 퍼부어댔다.

"에라이! 지애비하고 지서방 잡아먹을 년! 한벌성에 들어가서 요놈 조놈 잡놈들을 배 위에 태우다가 그냥 피나 토하고 뒈져 버려라!"

사내는 이렇게라도 욕을 하고나니 기분이 조금 개운해진 듯 자기 동료들에게 다시 말했다.

"도저히 난 견디지 못하겠어. 여기서 푹 쉬다가 가던지 해야지 지금 이런 상태로는."

바로 이때였다.

휘이익~! 하는 바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바로 그들 앞에 시커먼 사람 모습이 불쑥 나타났다. 조금 전에 떠나갔던 바로 그 가경처녀였다.

그녀는 몹시 노한 표정으로 숨소리를 쌕쌕거리며 이들에게 소리쳤다.

"어떤 놈이 내게 큰소리로 욕했어"

"예에"

강치 일행은 가경처녀의 험악스러운 표정과 목소리에 깜짝 놀라 온몸을 바짝 움츠린 채 바들바들 떨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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