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 페닉의 레슨
하비 페닉의 레슨
  • 김기호 <골프칼럼니스트>
  • 승인 2015.06.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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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의 똑소리 나는 골프이야기

김기호 <골프칼럼니스트>

골퍼라면 한번은 하비 페닉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위대한 스승으로 불리는 그는 1904년 텍사스 오스틴에서 태어났고 12세부터 오스틴 컨트리클럽에서 캐디를 시작했다. 1995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할 때까지 같은 골프장에서 수많은 골퍼들을 지도했다. 그는 교습가로서는 유일하게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오랫동안 골프 칼럼을 쓰는 필자에게도 존경과 경외의 대상이다. 

하비는 말을 적게 하고 자주 시범을 보이는 레슨으로 유명했다.

“반드시 필요한 말만 한다.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가르치지 않는다. 지식으로 학생을 감동시키지 않는다.” 이것이 하비의 레슨 철학이었다. 레슨을 신청한 젊은 선수의 스윙을 한참 동안 보고 하비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돌아가서 프로로 전향하게.” 이 한마디가 유망주에게 한 레슨의 전부였다.

하비 페닉의 제자들은 PGA와 LPGA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예전 명예의 전당에 오른 LPGA 선수 15명 중 5명이 하비의 제자였다. 수많은 골퍼들이 그의 레슨을 받기 위해 텍사스로 몰려왔다. 유명한 프로, 정계 인사, 골프를 시작한 주니어, 동네 이웃, 이들에게 핵심을 찌르는 하비의 레슨은 언제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은 교습료를 받았다.

하비의 제자로는 톰 카이트, 벤 크렌쇼, 데이비드 러브 3세 등이 있다. 1995년 벤 크렌쇼는 하비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곧바로 와 마스터스에 우승했다. 그리고 2002년 스승인 하비 페닉과 함께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그의 저서  은 1992년 타계하기 3년 전에 쓴 첫 골프서적이다. 이 책은 단순하게 골퍼의 문제점과 처방을 담지 않았다. 88년을 골프와 함께 살아온 교습가의 인생과 골프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골프와 인생이 적절한 온도로 녹아있어 교습서라기보다 삶의 지침서에 가깝다. 

책에는 이런 조언들이 있다. “그립과 스탠스가 좋지 않다면 스윙에 관하여 무엇을 배우더라도 의미가 없다”, “고수는 1타를 버림으로 위기를 극복하지만 하수는 1타를 아끼려다 위기를 자초한다”, “골프는 명예의 게임이다. 혹시 명예롭지 못한 경기를 했다면 골프에서 완전한 만족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는 하비 페닉의 말에 경외심이 드는 것은 진리에 근접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비는 제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모든 샷을 필드에서 보여주고 요청을 받는 것을 즐겨했다. 1904년에 태어난 교습가도 시범을 보이며 레슨 하는데 요즘 프로들은 시범을 보이는 것에 너무 인색하다. 어쩌면 그런 능력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래는 하비의 어록들이다. “일반 골퍼의 스윙문제에 관해 십중팔구는 그립과 스탠스에서 발생한다.” “교습은 연습을 대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연습한 진가가 나타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 위대한 사람은 이런 말도 했다. 

“형편없는 샷을 했을 때 화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아낌없이 화를 내라. 하지만 점잖게 내야 한다. 코스나 동반자에게 내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라. 마음속으로 어떤 욕을 해도 좋다. 그러고 나서 바로 잊어라.” 

“파 플레이를 하기 위한 단 한가지의 방법은 연습뿐이다. 그리고 정통으로 볼을 가격하는 능력을 기르고 언제나 생각을 하면서 경기를 하는 것이다” 골프에서 자신감이란 어떤 샷을 하는 상황에서 내가 그동안 수없이 성공했고 이번에도 잘 할 거라고 믿는 것이다. 골프가 존재하고 인류가 존재하는 한 하비 페닉이란 위대한 사람의 레슨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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