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무에게 배우다
<8> 나무에게 배우다
  • 심재숙 <자기개발강사&시인>
  • 승인 2015.06.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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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소비 정착 녹색제품 활성화 캠페인

심재숙 <자기개발강사&시인> 
 
‘이 봉투는 환경보호를 위하여 친환경 소재인 옥수수 전분을 사용하였습니다.’

이 글귀는 화장품이 담긴 비닐가방에 적힌 녹색 글씨의 내용이다. 읽는 순간 제대로 화장품을 구매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환해졌다. 

순간 녹색이 지천인 요즘, 자주 눈에 띄는 환한 산딸나무꽃이 생각났다. 녹색 이파리 위에 나비처럼 하얗게 핀 꽃이 유난히 경쾌하게 느껴지는 나무다. 산딸나무는 전부를 주는 나무다. 꽃, 잎, 열매 등 모든 것을 우리에게 나누어주는 나무다. 또한 열매가 풍성하여 새가 날아들도록 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종종 산딸나무 앞에 서면 부끄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이른 봄, 산벚꽃이 튀밥처럼 부풀 때면 연녹색 이파리들이 막 칠한 수채화처럼 온 산으로 번진다. 많은 사람들이 꽃봉오리처럼 감탄사를 터뜨리며 들로 산으로 나들이를 간다. 

구부러져 정겹던 길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산을 뚫어 터널로 이어진 길은 생채기를 내보이며 산허리를 휘어져 돈다. 한편 산을 삼킨 고층건물들은 볼 때마다 낯설다. 속도에 빼앗긴 산, 편리함에 빼앗긴 산, 얄팍한 경제 논리에 빼앗긴 산은 되돌릴 수 없이 자취를 감춘다. 어리석게도 시간과 맞바꾼 자연, 돈과 맞바꾼 산은 더 이상 자연도 산도 아닌 아픔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우리 국토의 70%가 산이었는데,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산림면적은 전 국토의 64%에 불과하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고 그 숲이 산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가. 그 숲에 깃들여 사는 우리가 달콤함 뒤에 숨은 아주 소중한 것을 잃은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나무에 깃들여」라는 시에서 사람들에게 넌지시 경고 메시지를 던진다. 

나무들은
난 대로가 그냥 집 한 채
새들이나 벌레들만이 거기
깃들인다고 사람들은 생각하면서
까맣게 모른다 자기들이 실은
얼마나 나무에 깃들여 사는지를!

쉘 실버스타인 역시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널리 알려진『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통하여 큰 울림을 선사한다. 동화에서는 나무와 소년의 관계를 그리고 있다. 나무와 소년은 사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소년이 성인이 되면서 나무의 곁을 떠나게 된다. 어릴 때부터 나무에 깃들여 살던 소년은 고달프고 힘겨워지면 다시 나무를 찾아오곤 한다. 나무는 소년이 돈이 필요할 때 열매를 내준다. 집이 필요하다고 할 때는 가지를 내어주며 배 한 척이 필요하다고 찾아오니 줄기를 내어준다. 그리고 먼 훗날 소년이 휴식이 필요하다고 할 때 기꺼이 나무 밑동을 내어준다. 나무는 아낌없이 다 주면서 행복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우리는 나무에게 배워야 한다. 나누는 것도, 함께 조화롭게 어울리는 것도, 겸손해야 하는 것과 품는 지혜도……. 그리하여 우리는 저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것부터 선택하고 실천해야 한다. 

녹색구매 녹색소비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접하게 되는 첫 번째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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