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급감 → 내수 위축 경제 악순환에 빠지나
수출 급감 → 내수 위축 경제 악순환에 빠지나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5.06.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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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수출 전년동기比 10.9% 감소… 5개월 연속 하향곡선

“투자·소비 등 내수 살려서 수입 증가로 흑자 부분 상쇄해야”
수개월째 수출 실적이 지속적으로 나빠지면서 우리 경제가 악순환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수출 감소→내수 부진→생산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축소균형의 늪에 빠질 위험성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423억92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9%나 감소해 5개월 연속 하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들어 수출 감소폭은 1월 -0.4%, 2월 -3.4%, 3월 -4.2%, 4월 8.1%, 5월 -10.9% 등으로 매달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글로벌 전체 교역량이 감소 추세에 있는데다, 엔저(低) 현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저유가로 수출 단가가 낮아진 것도 수출 감소 요인 중 하나다.

수출 부진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 부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제조업 출하는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내수 출하는 1.0% 늘었지만 수출 출하가 1.9%나 줄었다. 제조업 재고는 1.9%가 늘어 재고/출하 비율은 전월보다 2.9%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되면서 4월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은 각각 전월 대비 0.8%와 2.6%씩 감소했다. 수출과 투자 부진의 영향으로 4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비는 소폭 늘었지만 매월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소매판매는 1월 -2.8%, 2월 +2.6%, 3월 -0.5%, 4월 +1.6% 등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계절조정과 물가변동 효과를 감안하지 않은 실제 소매판매액은 오히려 1.4% 가량 줄었다. 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면 임금 인상 여력이 낮아져 향후 소비 침체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 대기업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업 실적이 나빠지면 기업 투자가 줄어들 수 있고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이 줄면서 소비도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수 부진으로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폭으로 줄면서 매월 큰 폭으로 무역수지 흑자가 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5월 수입은 360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5.3%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63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확대돼 달러 공급이 늘어나면 원화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수출 부진이 전체적인 생산 활동을 위축시켜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더욱 악화돼 축소 균형의 늪에 빠질 우려가 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잘돼서 흑자가 난다면 크게 문제가 안되겠지만 지금은 불황형 흑자로 인한 경제 악순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부진한 가운데 경상수지 흑자가 쌓여 원화 가치를 상승시키면 수출 경쟁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투자와 소비 등 내수를 살려서 수입 증가로 흑자 부분을 상쇄해야 한다”며 “또 해외투자 활성화를 통해 남아도는 달러를 국외에 투자 형식으로 내보내 원화 절상 압력을 피할 수 있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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