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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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0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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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 지
오 장 환

누나야, 편지를 쓴다.
뜰억에 살구나무 올나갓드니
웃수머리 둥구나무,
죄-그만케 보엿다.
누나가 타고간 붉은가마는
둥구나무삿트로 도라갓지,
누나야, 노-라케익은
살구도 따먹지안코
한나절 그리워햇다.
동시집 '바다는 누가 울은 눈물인가'(고두미) 중에서

<김병기시인의 감상노트>

   
글을 쓰려고 연필에 침을 바르는데, 괜히 눈물 맛이 났다. 누나는 엄니가 밭에 일 나가면, 밥 주고 놀아주고 잠 재워 주곤 했는데. 아주 깜깜 멀리 가지 않았는데도 누나가 없으니깐 심심해 죽겠다. 누나가 시집가던 날에 살구나무에 올라가 붉은 가마를 보았다. 작은 손톱 같은 가마 타고 가는 누나를 그렇게 불렀는데, 그냥 가서 더 울었다. 누나가 둥구나무를 돌아 그림자도 몽땅 데리고 간 후에도 한참 있었다. 나 보고 싶어 다시 올 줄 알고 그냥 있었는데. 그날은 노랗게 익은 살구열매도 먹지 않고 왼종일 누나 생각했다. 손이 고운 예쁜 누나야, 보고 싶다. 빨랑빨랑 와서 내 심술도 받아주고 졸린 내 등도 토닥토닥 두들겨 주면 좋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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