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충청논단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1.06 09: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대체 누가 근로자란 말인가
한 경 식 <고충처리위 전문위원·법학박사>

최근 국회에 표류 중인 이른바 '비정규직근로자보호법안'을 놓고 정부와 노동계가 한치 양보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노동계는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를 양산하고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법안이라고 필사적으로 반대하는 한편, 정부와 여당은 비정규직 확산을 방지하고 노동의 유연성 확보와 고용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정반대의 논리로 맞서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보호법안에 대한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공통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양극화 해소차원에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는 물론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공인노무사로 다년간 노사관계 분야 현업에 종사하다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복지·노동분야 전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는데, 고충민원이 제기된 것 중에서 상당부분 근로자로 인정하여 노동법상 보호를 받게 해달라는 것이다. 행정청이 사용종속노동관계가 성립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채용할 당시 임금에 대하여 노사간에 약정이 없다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인한 행정처분, 건설감독자라는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인한 행정처분, 사용자가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회사소유 승합차로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사안에 대하여 산재요양불승인 처분 등과 같은 고충민원이 그 실례다.

이와 같은 사례에 대하여 행정청이 근로자성을 부인한 것은 근로자의 개념과 범위를 너무나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는 결과이다. 즉,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명령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 경우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경우 등의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근로자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동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근로자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할 경우 현실적으로 사용종속 노동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노동법의 보호영역에서 벗어난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노동자가 상당수 존재할 수밖에 없다.

시대가 변하면 그에 따라 법도 변해야 하고 법 해석도 시대에 맞게 변하는 것은 법의 상식이다. 특히 기업에서의 노무관리방향은 일반인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급속하게 변하고 있다. 과거 노무관리 패턴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명령 통제하에서 근로자는 단지 열심히 근무만 하면 가장 바림직한 근로자의 상이요, 능력받는 근로자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지금의 노무관리 패턴은 사용자의 구체적인 지휘 명령하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업적 및 성과 중심, 자율통제식 근로제공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어쩌면 이미 업적, 결과 중심의 노무관리 패턴으로 전환된 것일지도 모른다. 성과, 결과 중심을 중요시 하는 노무관리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이고 연봉제 도입의 확산이다.

'사회의 양극화'는 한국사회가 직면한 현안이고,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박탈감으로 이어져 우리사회의 건전성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노사관계의 양극화 해소는 다름 아닌 비정규직 및 유사근로자의 해소이고,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 요건의 완화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결과와 업적을 중시하는 노무관리 패턴으로 변하고 있으며, 2차, 3차 산업 또는 지식정보사회로 전환하고 있다. 노무관리 패턴과 기업환경이 변하면 당연히 이에 따른 법의 해석도 유연성 있게 변해야 함은 물론 관련 제도도 더불어 변해야 노사관계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행법에 의한 근로자 요건 규정은 70~80년대의 제조업 노무관리를 중심으로 한 것이므로 현재의 노무관리패턴에 맞게 유연성 있는 법 해석이 필요하고, 헌법과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평등권'과 '근로조건 균등의 원칙'을 노사관계에 전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노사관계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법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