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골프와 태진아의 카지노
홍준표의 골프와 태진아의 카지노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5.03.26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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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골프와 카지노, 이 둘의 공통점은 재미다. 우선 골프는 ‘골프의 유일한 단점은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이라는 말이 시사하 듯 수 많은 스포츠 중에서도 인간의 신체·정신적 구조에 이보다 더 흥미를 유발시키는 종목도 없다.

공직자가 골프 한번 잘못쳤다가 패가망신하는 일이 속출하지만 유사 사건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고위공직자들이 임기를 채우려면 전국의 수재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골프보다 더 재미나는 스포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결코 허투루만 들리지 않는다.

카지노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라는 ‘사행심’을 가장 극적으로 유혹하고 발현시키는 그야말로 유희(遊戱)의 장이다. 게다가 그 사행심을 다양하게 충족시킬 수 있는 갖가지 게임을 한자리에서 모두 즐길 수 있으니 카지노야말로 돈많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낙원이나 다름없다.

강원랜드에 발 한번 잘못 들였다가 쪽박을 찬 사람들이 수두룩한데도 이곳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이 한껏 충혈된 ‘꾼’들로 연일 북새통이다. 카지노에 빠져 가정, 직장을 잃거나 심지어 잘 나가던 기업까지 파산시켜 폐인이 된 후에도 그들 중 많은 수는 주변의 식당이나 찜질방 등을 전전하며 일확천금의 꿈을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만큼 카지노는 한번 맛들이면 헤어나기 어렵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가수 태진아가 골프와 카지노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똑같이 미국 LA에서다. 홍지사가 의료원을 폐쇄시키고 학교무상급식을 중단한 것은 ‘소중한 국민세금이 헛되이 쓰여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지에서다. 비록 미국 출장중이었고 또 자비로 경비를 지불했다 하더라도 부인까지 동반해 현지의 한인 사업가와 골프를 친 것은 평소 그의 기세등등한 모습과는 잘 안 어울린다. 그러잖아도 그는 산하 공무원들에게 골프 경계령을 내린 상태였다.

만약 그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무상급식 문제로 한바탕 입씨름을 하고 나서 서울행 비행기에 오를 때 값 비싼 비즈니스석이 아니고 문 대표와 똑같이 이코노미석에 앉았더라면 이번 골프파문은 차라리 덜했을 것이다.

공인이 어렵다는 건 다른 게 아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데다 남한테 들이대는 잣대를 나한테도 똑같이, 아니 더 강하게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잊혀질만 하면 일을 벌여 전국적 관심을 일깨우는 이른바 노이즈 마케팅의 달인(?)이라는 홍준표도 이번 골프 소란에선 되레 OB를 낸 꼴이 됐다.

비록 종편이지만 연예인이 자신의 사생활 문제로 한 시간이나 넘게 생방송 기자회견을 한 것은 유례가 없다. 태진아의 이번 사례가 앞으로 우리나라 방송문화, 더 나아가 국민의 보편적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가 궁금해진다. 기자회견 내내 언론의 공적기능에 대한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어쨌든 태진아는 자신을 괴롭히는 언론사와 기자를 향해 ‘쓰레기’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언론 종사자들은 참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동안 옥경이를 내세워 국민들의 감성만을 자극하던 그의 입에서 살기마저 느껴지는 쓰레기!!라는 말이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자꾸 말이 바뀌는 태진아는 물론이고 분위기가 불리해지자 갑자기 잠수를 탄 시사저널 USA라는 매체의 관계자 모두 과연 어디까지를 믿어야 할 지 그저 난감할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남의 뒤를 캐서 돈을 요구하는 언론은 결코 언론이라 할 수 없고 또 이러한 매체 때문에 빚어진 문제가 마치 언론 전체의 현실인냥 호도되는 작금의 분위기는 더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언론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우려, 예를 들어 언론사 사주가 언론을 사익추구의 방패로 삼거나 혹은 사회적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그리하여 공적 영역으로서의 언론본질과 역할보다는 자신의 처세적 활용에 더 열을 올린다면 태진아의 쓰레기 발언은 당연히 경종을 울리고도 남는다.

끝내 걱정되는 것은 문제의 카지노에서 돈을 땄다고 언급하던 태진아의 회견내용이다. 기계적 확률게임인 카지노에서 잠깐 돈을 땄다가 잃은 사람은 있어도 끝까지 횡재했다는 사람은 지금까지 전세계에 단 한명도 없다. 태진아의 확실한 진실은 이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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