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보무사 <202>
궁보무사 <202>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10.31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밥만큼은 먹여줘야만 목숨이 붙어 있을 것이 아닌가'
2. 가경처녀의 숨은 사연

'어, 어머나! 혹, 혹시!'

일단 시원하게 때려주긴 했지만, 뭔가 이상한 느낌이 퍼뜩 들기에 가경처녀는 얼른 다가가 그 치한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으스름한 별빛을 받아 어렴풋이 보이는 그 치한의 얼굴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남촌 총각이었다. 그런데 머리를 얼마나 된통 얻어 맞았는지 남촌 총각은 가경처녀가 깜짝 놀라 몸을 마구 흔들어대도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그냥 축 늘어져 있었다.

찬물을 가져와 흠뻑 뒤집어씌우고 해서 간신히 정신을 들게 했지만, 그러나 그 순간부터 남촌 총각은 초점 잃은 두 눈으로 허공만 멍하니 쳐다볼 뿐 자기몸 하나도 제대로 가누지를 못했다. 소위 말하는 바보 천치, 얼간이가 되고 만 것이었다.

"이봐요! 정신 차리세요. 네 제발!"

가경처녀는 온종일 그를 흔들어대고 심지어 뺨까지 아프게 꼬집고 때려도 보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말하는 걸 완전히 잊어버린 남촌 총각은 멍해진 눈으로 앞만 계속 쳐다보고 있거나 두 눈을 푹 내리깔고 하루 종일 쪼그린 채 앉아만 있었는데, 가경처녀를 더욱더 속상하게 만든 것은 그가 밥 먹고 대소변 가리는 것조차도 스스로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무엇보다도 밥만큼은 제대로 먹여줘야만 그나마 목숨이 붙어 있을 것이 아닌가 그래야 나중에 의원을 모시고 오든 의원에게 데리고 가든 치료를 할 수가 있겠지.'

어쨌든 가경처녀는 그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밥을 한숟가락씩 떠서 그의 입안에 억지로 넣어주고 그의 턱을 두 손으로 잡아 위아래로 움직이게 해서 밥이 목구멍 안으로 들어가게 해주고. 그러나 이렇게 고생해가며 먹이는 밥의 절반 정도는 언제나 헤 벌어진 그의 입 옆으로 줄줄 쏟아져 나오거나 새어나오기 일쑤였다. 가경처녀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연구하고 또 궁리를 하던 끝에 그녀는, 처녀로서 도저히 할 짓이 못되는 줄 알기는 하지만 다 죽어가는 사람을 살려 본다는 기분으로 독하게 마음먹고 자신의 보드라운 두 육봉(肉峰) 중심부에 위치한 유두(乳頭)에 맛있는 석청 꿀을 발라가지고 그의 입 안에 살짝 넣어줘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촌은 그녀의 보들보들한 유두에 발라진 꿀을 아주 맛나게 쩝쩝거려가며 빨아 먹었다. 이에 자신을 얻은 가경처녀는 그 뒤부터 매 끼니때마다 자신의 유두에 떡고물 등등을 발라 그에게 먹이기도 하고, 진한 고기 국물을 거기에 잔뜩 칠해서 그로 하여금 쪽쪽 빨아먹도록 만들기도 하였다.

이것은 매우 효과적이긴 했지만, 횟수가 차츰차츰 늘어나고 시일이 지나감에 따라 가경처녀는 그런 일을 행할 적마다 왠지 모를 묘한 성적 흥분과 아울러 모종의 쾌감을 절로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 아! 아! 으으으.'

그에게 정신없이 그곳을 한참 빨리다 보니 마치 절정의 순간에 다다른 여자처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괴성을 마구 내 뱉았다. 어느 날은 이런 소리가 꽤나 크게 났던지 저쪽 방에 홀로 누워있던 그녀의 아버지도 듣고 말았다. 지금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알 길이 없는 그녀의 아버지는 몹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그녀가 방안에 들어오자 넌지시 이렇게 물어보았다.

"얘야! 남녀가 처음 그걸 하게 될 때에나 그것에 한참 익숙해 질 때에나 그런 소리는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니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라. 너희들은 사정상 혼례만 올리지 않았다 뿐이지 부부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 그러니 내 앞에서는 그렇게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느니라. 그나 저나 남촌 총각이 수줍음을 꽤나 타는 모양이다. 요즘 통 보이지를 않으니."

그러나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남촌 총각의 몸은 하루가 다를 정도로 몸이 점점 야위어져 갔다. 그녀의 아버님은 몸을 크게 다쳐 자리에 누운 채 꼼짝조차 못한다 하더라도 뭐가 좋다 싫다, 혹은 어디가 아프다 안 아프다 등등의 의사 표시만큼은 제대로 할 수가 있었지만, 그러나 남촌 총각은 쭈그리고 앉은 채 그저 멍하니 허공만 계속 쳐다보고 있을 뿐이니 가경처녀로서는 그저 막막하고 답답하고 암울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