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직지수비대’이제 그만
청주시, ‘직지수비대’이제 그만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5.03.22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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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증도가자 출현으로 직지가 수난을 겪고 있다. 직지를 찍은 금속활자보다 130여년 먼저 만들어졌다는 증도가 금속활자가 대량으로 쏟아져 나와 놀라게 하더니, 얼마전에는 증도가자가 진품이란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직지의 위상이 심하게 흔들렸다. 

당시 청주시에서는 금속활자와 금속활자본은 다르다며 직지의 차별화를 강조했지만, 20년 가까이 ‘직지의 고장’을 표방했던 청주시 역시 흔들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시민 대부분도 늘 자랑스럽게 따라붙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이란 직지의 명제가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충격이었다. 

충격과 논란 속에 증도가자가 지난 2월 문화재청 문화재지정 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라가면서 증도가자와 직지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대결을 예고했다. 비록 이날 심의위원회에서 문화재 지정은 유보됐지만, 문화재 지정은 물론 국보 지정도 시간문제라는 게 학계의 의견이다. 결국 2008년 처음으로 증도가자를 확인했음에도 아무런 대안없이 최고(最古)에만 매달려온 직지의 환상은 증도가자로 여지없이 무너진 셈이다.

상처 난 직지의 위상은 이제 공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증도가자 목판본이 금속활자본이라는 검증도 안된 주장에 또 한 번 직지의 위상은 휘청거렸다. 시는 증도가자 금속활자본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급하게 진화에 나섰지만 생채기만 잔뜩 안았다.

21일 서울 법련사에서 열린 학술회의에서 증도가자를 두고 격론이 벌어진 것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이미 문화재청이 보물로 지정한 당시 ‘증도가자 목판본’으로 판명된 문화재를 두고 벌인 이 해프닝은 최고(最古)라는 직지의 명성이 권력의 누수처럼 줄줄이 새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방어적인 청주시의 모습을 보면 직지수비대를 자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언제까지 시가 직지수비대로 직지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직지에 대한 공격은 증도가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고(最古)만 바라보고 뛴다면 언제고 제2, 제3의 증도가자 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지 세계화 작업이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세계의 문을 두드렸어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것도 직지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위상이 흔들린다고 해서 직지를 평가절하해서도 안된다. 오히려 그동안 직지에 올인해 무조건 직지로 사업화하고 축제를 벌인 정책의 미스를 점검해야 한다. 보여주기식 행사로 치닫고, 당장 지금 성과를 내야하는 직지 세계화 사업방식을 내실을 기하는 사업으로 전환해 운영해야 한다. 

또 직지의 명성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고인쇄문화도시로 전환하기 위한 발 빠른 대응도 마련해야 한다. 논란이 되고 있는 증도가자를 확실하게 끌어안아 수용하고, 전시와 학술포럼도 개최해 적극적이고 열린 마당을 펼쳐야 한다. 

이에 곁들여 활자를 수집할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그동안의 노하우를 집약해 고인쇄문화도시의 위상을 수립해야 한다. 거리를 ‘직지’시설로 도배하는 행정이 아니라 책과 고서, 서예와 서체, 내용과 교육, 연구와 비교연구 등을 접목한 큰 밑그림의 고인쇄문화도시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위기는 또 다른 면에서 기회다. 직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는 이 시점이 직지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직지수비대란 오명이 굳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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