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수준인 TV 대출 광고
공해 수준인 TV 대출 광고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5.03.16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참으로 재주도 좋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손에 든 명함을 던져 정확하게 점포 현관 앞에 떨어뜨려 놓는다. 시도 때도 없이 상가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 일숫돈을 쓰라며 대부업체 광고 명함을 뿌리는 ‘알바맨’들이다. 

천안뿐만 아니라 웬만한 도시지역 상가에서 자주 보게 되는 모습. 덕분에 상가 거리, 특히 점포 앞에는 매일 일숫돈 쓰라는 내용의 광고 명함이 쓰레기가 된 채 수북이 쌓여 있다.

얼마전 시내에 나갔다가 한 건물 앞에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천안에서 집세 비싸기로 유명한 건물의 임차인이 바뀌었는데 세를 든 업체는 바로 한 대부업체의 지점이었다. 

놀란 이유는 간판 때문이었다. 건물 주변을 다니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한 커다랗고 눈에 띄는 간판. 도대체 얼마나 많이 벌기에 이런 최고 요충지 건물에 세를 들어서 장사를 하는지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천안종합터미널 앞 번화가 오거리에도 대부업체 지점이 있다. 그곳 역시 세가 비싼 곳인데 지난해부터 대부업체 지점이 입주해 영업하고 있다.

예전에는 좀 허름한 상가 뒷골목에 점포를 차려놓고 영업을 하던 대부업체들. 이젠 제1금융권 은행이나 된 것처럼 시내 최고 번화가에 자리를 잡아 영업 중이다. 돈도 많은가 보다. 비싼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는 아무 부담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주말에 TV를 볼 때 가장 불편한 것은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들의 대출 권유 광고를 보는 것이다. 정말 시도 때도 없다. 그 유명한 파마머리를 한 개그맨이 ‘주인공’인 모 저축은행 광고는 채널을 돌릴 때마다 나올 정도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광고도 마찬가지. 300만원은 전화 한 통화로 즉시 대출해준다는 내용의 광고인데 두 저축은행이 경쟁하듯 광고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그중 개그맨이 광고 주인공으로 나오는 저축은행은 얼마전 거액의 부도를 내고 중국으로 도주하다 붙잡힌 김찬경이 소유주였던 전 미래저축은행이 전신이다. 그 개그맨은 미래저축은행으로 얼마나 많은 서민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알기나 할까.

저축은행 말고도 대부업체 광고들도 지겹기는 마찬가지다. ‘○○머니’, ‘○○○캐시’ 등 대부업체들은 웬만한 채널을 모두 섭렵해서 광고를 해대고 있다. 빚내서 주식투자 하라고 권유하는 이른바 ‘스탁론’ 광고도 기승이다. 

떼일 염려 없는 고객이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안전빵으로’ 돈을 빌려주고 이자 수익을 챙기는 저축은행들. 빚내서 주식 투자해 깡통계좌로 패가망신하는 개인은 안중에도 없다. 

정부가 올해 ‘단박 대출’, ‘휴대폰 3분 대출’ 등 자극적인 대부업 대출 광고를 TV나 인터넷상에서 하지 못하도록 대부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기로 했다.(새누리당 심재철 국회의원은 지난 2013년 청소년 시청 시간대 대부업 광고 규제 등을 골자로 한 대부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충동 대출’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인데 이걸로는 부족하다. 저축은행이 규제 대상에서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지금 TV채널에 보이는 대부업체나 저축은행들의 광고를 보면 ‘범람’ 수준이다. 하루 1300여건씩 케이블 채널 전체 광고량의 10% 수준으로 채널을 돌릴 때마다 같은 광고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빚 권하는’ 광고, 이젠 손댈 때가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