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내만세공원 조각물에 조병옥 박사 등장 ‘해프닝’
아우내만세공원 조각물에 조병옥 박사 등장 ‘해프닝’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2.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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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장터 만세시위에 난데없는 나비넥타이 맨 중년 신사

향토사학계 “조박사 부친 조각하려다 벌어진 실수인듯”

대낮에 횃불 들고 시위주도 … 유관순 열사 모습도 어색
▲ 조각물 속 의문의 양복 정장 시위자 와 조병옥박사 중년시절 모습

천안시 동남구 병천면 순대거리 끄트머리에 있는 아우내독립만세운동 기념공원.

공원 한가운데 인물 군상(群像) 조각물이 자리 잡고 있다. 2009년 10월 공원이 조성되면서 설치된 박모 작가의 ‘그날의 함성’이다.

유관순 열사(1902~1920)를 중심으로 9명의 인물이 태극기 등을 들고 만세를 부르는 모습이 조각돼 있다. 그런데 왼쪽 맨 뒤의 양복 입은 중년 남성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나비 넥타이에 조끼까지 차려입고 구두를 신은 모습이 웃통을 벗거나 짚신을 신은 다른 시위자나 시골 장터 분위기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이 중년 신사의 모습은 병천 출신인 조병옥 박사(1894~1960).

그런데 왜 조 박사가 중년의 모습으로 1919년 4월 1일 일어난 아우내 만세시위 현장에 나타난 것일까. 당시 54세 나이로 시위를 주도했던 그의 부친 조인원(1865~1931)을 묘사하려다 벌어진 실수로 보인다. 나비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이 심볼 마크인 조 박사는 아우내시위 당시 25세 청년으로 미국 유학 중이었다.

조각물을 제작한 박모씨는 “천안시 사적관리소 학예사가 유 열사 사촌언니(유예도)와 조 박사 부친을 인물 군상에 꼭 넣어야 한다면서 자료 소재를 일러주기에 참고해 만들었다”면서 “제작 후 사적관리소로부터 컨펌(확인)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씨가 조 박사 사진을 부친 조인원의 것으로 착각해 제작한 듯하다. 조인원은 유 열사, 유중무와 함께 시위자 중 최고형인 3년 징역을 받아 복역했으나 수형자기록표가 남아있지 않아 사진은 없다. 그는 유 열사의 작은 아버지 유중무와 절친한 사이로 함께 지역 감리교회 지도자로 활동했다.

향토사학자 임명순씨는 “조각물의 중년신사는 누가 봐도 조병옥 박사의 모습”이라며 “아예 그 자리를 비우던가 아우내 시위자 중 사진이 있는 다른 분으로 교체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 열사가 대낮에 일어난 시위 때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도 어색하다고 지적했다.

사적관리소 측은 “재고증 절차를 통해 오류가 확인되면 수정작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매년 2월 말일 밤에 열리는 아우내봉화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구제역과 AI 발생으로 취소됐다. /천안 조한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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