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립무용단의 ‘중국 판촉공연’
천안시립무용단의 ‘중국 판촉공연’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5.02.0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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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 <천안·아산>
 
‘금수산하(錦繡山下)’는 비단으로 수놓은 듯한 산하란 뜻이다. 계곡과 강이 만나는 금수산하 같은 지역에 아파트·주택과 5성급 호텔, 종합체육관, 시민공원, 놀이동산 등을 짓는다. 천안으로 치면 지금은 무산된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 사업과 맘먹는 대형 프로젝트다. ‘금수산하 사업(項目)’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중국 쓰촨성 광안(廣安)시에서 진행되고 있다.

난데없이 우리가 이역만리 도시의 개발사업 이름까지 들먹이게 된 것은 순전히 천안시의회 덕분이다. 시의회 주선으로 천안시립무용단이 지난달 16일 광안시 부동산개발회사가 주최한 ‘금수산하·롱만의 밤’ 행사에서 공연했기 때문이다. 비행기값과 체류비는 그 회사가 댔다.

이 공연 허가를 내준 쓰촨성 문화청은 이 공연을 영리성 공연으로 간주하고 우리 무용단에게 ‘단기고용(취업) 승인서’까지 보내줬다. 취업비자를 낼 때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다행히 무용단은 출연료는 받지 않아 취업비자는 필요치 않았다.

현지 부동산전문 매체는 “개발회사가 금수산하 사업의 1월 24일 예비분양 개시를 경축하기 위해 특별히 한국예술단을 초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천안시의회와 시립무용단의 중국 방문을 주선한 것은 연변출신 여성 이모씨였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시립무용단 판촉행사 출연 논란에 대해 “두 나라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라고 말했다. 중국의 지역개발사업에는 관(官)이 개입되는 게 자연스러우니 부동산개발회사 행사에 천안시립무용단이 공연한 걸 이상하게 보지 마라는 뜻인 듯하다. 

이씨는 쓰촨성 중심도시 청두(成都)시에서 ‘외교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외교는 상대 국가의 문화적 특수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는 중국측 문화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에 앞서 상대 국가, 즉 한국의 사회적 통념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우리나라에선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무용단이 남의 나라 영리성 행사에서 공연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천안의 한 대학에 유학했다. 그러면 한국 사정을 알 만큼 알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천안시는 적어도 중국의 자매·우호도시 예술단을 초청해 국제비즈니스파크 착공 기념 공연에 참가시키거나, 원도심 재개발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솔노블시티(아파트 이름)의 밤’ 출연을 주선하진 않는다.

여전히 의심스러운 건 왜 공연 장소가 시의회가 교류관계를 맺으려 하는 쑤이닝(遂寧)시가 아닌 광안시였냐는 것이다. 청두시에서 ‘외교관 일’한다는 이씨가 벌인 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국립무용단을 초청하려 했지만 천안에서 대학을 졸업한 인연으로 천안을 알리기 위해 천안시립예술단을 초청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 시의회에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와 친분이 있는 시의원은 적어도 공연 도시와 공연 ‘성격’에 대해 확인을 해야 했었다. 그 시의원은 공연 현장에서도 광안시의 신도시 개발사업 홍보 공연인지 몰랐다고 했다. 천안시만 아니라 시의회도 속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직도 시와 시의회선 ‘문화 차이’를 들먹이고 있다. 사태를 파악할 균형감을 잃은 것이다.

시 행정을 감시할 조직은 시민단체, 시의회, 언론뿐이다. 시정을 감시할 시민단체가 천안엔 부족하다. 시의회는 지금 ‘달콤한’얘기만 해주는 언론에 빠져 있다. 시민은 언론이 시정 감시 역할(watch dog)을 제대로 해주길 원하다.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걸 막아주길 바란다. 시의회도 세금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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