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만과 겸손
교만과 겸손
  • 신금철 <수필가>
  • 승인 2014.12.16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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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신금철 <수필가>
 

언제부터인가 가을과 겨울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계절의 구분이 어렵다.

수은주가 영하로 내려가고 나뭇잎을 다 떨구어낸 나목 사이로 소복이 쌓인 눈 무더기에서 완연한 겨울을 느끼며 이제 우리들은 어깨를 펴고 긴 겨울을 견딜 마음의 준비를 서두른다.

몸도 마음도 얼어붙어 추운 마지막 달에 훈훈한 삶의 이야기보다 우울한 소식들을 접해 마음이 무겁다.

함께 살던 동거녀를 토막내 버린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나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진 자의 교만이 하늘을 찌르는 행동에 분노가 일고 정가에서는 이해 못 할 사건으로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많은 교통수단 중에서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것은 비행기이다. 사업차 비행기를 타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여행의 부푼 꿈을 안고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비행기를 탈 때면 친절한 웃음을 띤 승무원들이 건네주는 간식을 먹는 즐거움도 한몫한다. 언젠가 인턴 승무원이 부탁하는 설문지를 작성해주며 상냥함과 천사 같은 미소 속에는 많은 스트레스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 여겨 그들의 수고에 감사함을 글로 표현해주었다.

몇해 전 중국 여행을 끝내고 귀국하는 길에 나는 공항 안에서 탑승 시간을 1시간이나 앞두고도 놓치는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경험이 부족한 여행사 직원이 일행을 다 챙기지 않고 일부만을 데리고 탑승하였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일이었지만 뒤늦게 우리 일행 중 절반이 탑승하지 않은 것을 알게 된 여행사 직원은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비행기의 문이 닫힌 후였다.

한 번 닫힌 문은 열 수 없는 비행기의 운항원칙으로 비행기는 우리를 남겨두고 떠나버렸고 남은 일행은 여행사로 긴급 연락을 취한 후 온종일 공항에서 기다려 저녁 늦게야 귀국할 수 있었다.

이토록 비행기의 운항원칙은 까다로운데 이미 이륙 준비를 마친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려놓은 그녀의 배짱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게다가 승객들이 들을 정도의 폭언과 폭행까지 있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횡포에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행동은 그들의 상습적인 교만의 일부이며 회사 임직원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고까지 했다니 분노를 느낀다.

이번 사건에 그가 저지른 잘못들이 여러 가지라니 법이 심판하여 벌을 주겠지만 도덕적인 벌은 그가 진정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한 법보다 더 큰 벌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땅은 더 이상 내려갈 수 없을 만큼 모든 것 아래에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땅을 딛고 살지만 땅의 고마움을 모릅니다. 땅의 겸손함을 배우세요.’

이 말은 평생을 겸손으로 살아가신 고(故) 김수환 추기경님의 ‘바보가 바보들에게’라는 저서 중 일부이다.

우리 모두 나의 능력과 노력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의 수고와 땀으로 행복을 누리고 있음에 겸손과 감사함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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