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가 정치얘기를 하면 친구와 원수가 된다구요?
밥 먹다가 정치얘기를 하면 친구와 원수가 된다구요?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1.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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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아주 재미나는 여론조사 결과다. 청주 MBC가 오늘 방송예정인 자체 프로그램을 앞두고 충북도민들의 사회갈등의식을 조사했더니 정당간 갈등을 가장 심각한 것으로 꼽았다고 한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였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전혀 뜻밖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범상치가 않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내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벼랑끝 대치로 맞서듯 우리나라 정당간 갈등은 건국이래 단 한 번도 쉬어 본 적이 없지만 이제 국민들의 체감지수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처럼 사회통합의 가장 암적존재로 보고 있을 정도로 심각해졌다.

충북도민들이 심히 우려를 표한 정당갈등은 다름아닌 현재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편협된 정치논리나 서로 증오를 양산시키는 이념의 대립이라고 봐야 한다. 정당들이 서로 갈등하거나 때에 따라선 사상적 대립으로 각을 세우는 건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민주국가에선 당연한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갈등은 이러한 상식을 벗어난, 상대를 인정하지 않거나 아예 죽여버리고자 하는 증오의 정치에 기반하고 바로 이것이 일반 국민들에까지 전이돼 어떤 자리에서도 사람들을 갈라놓고 반목하게 만든다. 그러기에 요즘은 하찮은 계모임에서조차 정치얘기를 잘못 꺼냈다간 철천지 원수가 되기 십상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아예 상종을 안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정작 우리가 억울한 것은 이처럼 국민들을 이간질시키는 정치인들은 자신의 밥그릇 앞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 같이 외유를 하고 골프를 치는데도 애먼 국민들만 갈라져서 서로가 “무식한 놈” “형편없는 놈” 하며 속을 끓인다는 사실이다. 

무슨 선거라도 할라치면 투표율 30%를 넘기기가 어려운 한국인들이지만 이상하게도(?) 정치얘기에 있어선 세계 최정상을 자랑한다. 만났다 하면 정치를 논하고 집안의 제사를 지내면서도 정치문제로 으르렁거린다. 대의민주주의와 정당정치의 국가체제를 생각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현상도 없겠지만 문제는 정치얘기라는 것들이 지성적 담론이 아닌 오로지 진영논리에 매몰된 자기주장 뿐이라는 것이다. 

정치는 선악(善惡)의 대결이 아니라 오히려 선과 악을 함께 쓸어 담는 용광로(melting pot)여야 한다고 했지만 우리는 늘 서로 증오만을 키우는 데 너무 익숙하다. 정치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까지 여야 정당논리로 딱 갈라지는 작금의 현실에 대해 어떤 이는 집단의식의 포로노주의라는 표현까지 들이댄다. 모든 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정상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 중에 하나가 편향된 언론들이다. 특히 요즘엔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종편들이 아주 극단의 정당갈등 내지 이념갈등을 전략적으로 부추기는 바람에 국민 정서를 더욱 까칠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사석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종편의 논리를 그대로 설파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싸가지 없는 진보’로 논란을 일으킨 강준만은 한국적 증오정치의 기원은 ‘감정독재’라고 규정했다. 모든 문제를 논리와 이성보다는 감정으로 재단하려는 이른바 자신에 대한 확증편향성이 증오정치의 발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비정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을 대한민국 기득권 사회의 도덕불감증에 근거한 승자독식주의라고 진단해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결국 충북인들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 정당갈등은 사회상위층, 이른바 승자들이 벌이는 선동의 결과이고 때문에 이런 형편없는 선동에 휘둘리는 국민들한테 그 원초적인 책임이 클 수밖에 없다. 

“선동은 대중 중에서도 가장 우매한 자의 이해력을 지적 기준으로 해야 한다.” 인간과 문명의 말살자 히틀러가 한 때 세계를 호령하며 내린 결론이다. 

이를 굳이 의역한다면 현재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선동적 정당갈등은 가장 우매한 자의 이해력을 기준으로 생성되는 것이기에 결론은 내가, 그리고 우리가, 궁극적으로는 국민들의 수준이 그렇다는 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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