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과 김부선은 말한다 “너희들 똑바로 살라!”
신해철과 김부선은 말한다 “너희들 똑바로 살라!”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4.10.3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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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一筆
신해철과 김부선은 서로가 연예인이라는 것보다도 엉뚱한 곳에서 닮은꼴을 공유한다. 특이하게도 둘은 실정법의 엄격한 규제를 받는 대마초의 합법화를 주장한다. 대마초를 피우다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사법처리를 받았음에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부선은 대마초 흡입이 정신적 안정을 가져다 준다며 아예 “대마초는 한약이다”라고까지 주장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신해철 역시 한 때 대마초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지탄의 대상인 남녀간 간통(姦通)에 대해서도 합법을 역설해 화제를 일으켰다. 간통이 어떤 사람에게는 되레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의미하고 또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국가가 섣불리 시나리오를 쓰는 건 곤란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들의 이런 주장이 사회적 합의나 정의와는 무관하지만 어쨌든 둘이 구사하는 화법은 사람들의 의표를 찔렀고 어찌보면 이것이 논란이 돼 유명세를 탄 측면도 있다. 이들이 구사하는 말들은 다분히 돌직구성 독설의 성격이 강한데도 이를 찬찬히 음미해 보면 아주 현학적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신해철은 아이돌그룹 동방신기와 비의 노래가사가 선정시비에 휘말리자 “이들 노래를 유해매체로 지정할 게 아니라 국회 자체를 유해 장소로 지정하고 뉴스를 차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국회역시 19금이다”고 일갈했다. 국회가 요즘처럼 국민 세금만 축내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질타한 것이다.

엊그제 국감장에서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교도소보다도 더 폐쇄적”이라면서 국회의원과 언론을 향해 “제발 밥값좀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김부선의 말은 더욱 저돌적이다. 탤런트 유인촌이 장관이 되자 “저 옛날에 그 양반하고 CF도 찍고 잘 나갔어요”라고 하는 바람에 유 장관이 한참동안 곤욕을 치렀는가 하면 한 술 더 떠 “변호사 출신의 동갑내기 정치인과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천기를 누설(?)해 한 때 국회를 비상시국으로 만들기도 했다.

이를 놓고 언론들이 동갑내기가 누구냐며 마구잡이식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자 이번엔 언론을 향해 “찌라시와는 인터뷰하지 않는다. 기자들은 소설 그만 쓰라”며 노골적인 삿대질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대중들이 이들의 말에 환호하고 심지어 어록(語錄)의 반열에까지 올려놓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이번 난방비 논란에서도 입증됐듯이 두 사람의 독설은 사회 부조리와 부도덕한 기득권에 대한 고발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의례적으로 횡행하는 몰가치에 맞서 분명한 반기를 들었고 또 이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독한 말을 쏟아냈다.

때문에 신해철 식(式) 발언이 없었다면 이 나라 연예·예술인들은 그저 힘 앞에서 오로지 숙여야 살아남는 을(乙)의 숙명을 쉽게 벗어나지 못할 테고 김부선 식 말과 투쟁이 아니었다면 한 겨울에도 민소매 차림으로 생활하면서 단 1원의 가스비도 내지 않는 아파트 난방도둑과 이를 묵인하는 관리사무소의 비리는 절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남들보다 튀고 적나라하게 말을 해야 이목을 받는다는 것은 곧 우리 사회가 그만큼 비정상적이자 황폐화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이러한 자극적 어법을 구사해야 비로소 관심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의 정서와 심성이 거칠고 각지어졌다는 것이다.

신해철이 마왕으로, 김부선이 졸지에 난방열사로 불리게 된 배경은 다른 게 아니다. 정직하지 못한 사회, 깨끗하지 못한 사회, 솔직하지 못한 사회, 그리하여 이를 부수기 위해선 의사적(義士的) 투쟁도 부족해 아예 살신의 자진(自盡)마저 요구되는 우리사회의 도덕불감증과 야만성이다. 신해철은 이러한 한계에 수시로 자살하고 싶었고 김부선은 조국을 떠나려고까지 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다던 정치인은 뒤에서 뇌물이나 챙기다가 심판을 앞두고 있고, 봉사와 기부를 내세워 사회적 명예를 다 누리는 사람이 실은 탐욕의 땅투기를 일삼는가 하면, 심지어 축첩(蓄妾)까지 예사로 하고 있다.

그리하여 신해철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또한 김부선은 애마부인의 현란한 몸(?)으로 이렇게 외치는지도 모른다. “너희들 똑바로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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